미국과 러시아가 이달 말 핵무기 감축협상을 다시 시작한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견제하기 위해 이번 협상에 중국도 초청해 기존 미러 중심의 핵 군축협정을 미러중 3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실제 중국이 협상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협상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군축 담당 특사인 마셜 빌링슬리는 8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오늘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과 6월 핵무기 협상을 위한 시간과 장소에 대해 합의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국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감축협상이 오는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빌링슬리 특사는 또 트윗을 통해 이번 협상에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협상 초청에 응해달라고 했다. 이에 앞서 그는 지난달 싱크탱크 행사에서 장거리핵무기를 제한하는 미러 간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갱신을 위한 초기 대화가 시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그는 당시 새로운 핵무기 감축협정에는 다자가 참여할 것이며 중국이 3자 구도의 일부분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타트는 지난 1991년 7월 미국과 옛 소련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 감축 등에 합의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스타트)의 뒤를 이은 핵 감축협정으로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맺었다. 이 협정은 미국과 러시아가 배치하는 핵탄두 수를 각각 1,550기로 제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핵탄두운반체는 700기 이하로 감축하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과 러시아는 비축 핵무기 등을 합쳐 각각 6,000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협정은 내년 2월 만료될 예정이다.
협정은 양국의 이견이 없는 경우 5년간 연장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포함한 새 협정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 핵무기의 90% 이상을 보유한 미러에 한참 뒤처져 있다며 협상 참여를 꺼려왔다. 따라서 실제 미중러 3국이 참여하는 새로운 협정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불참할 경우 미국과 러시아 간 협상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