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에 담아낸 삶의 단면
■내 생애 가장 큰 축복(성석제 지음, 샘터 펴냄)=소설가 성석제가 지난 2015년부터 5년간 월간 문화 교양지 샘터에 ‘만남’을 주제로 연재한 원고 중 40편을 다듬어 내놓은 초단편 소설집이다. 일상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간군상을 특유의 해학과 풍자의 문장으로 그려낸다. 허 찌르는 반전과 익살에 책장을 넘기는 내내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나온다. 초단편 소설은 ‘나뭇잎 넓이 정도에 완결된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의미에서 엽편(葉篇) 소설이라고도 한다. 짧은 호흡으로 삶의 다채로운 단면을 발견하고 공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1만 3,000원.
마음을 어루만져 준 구원의 음식
■음식의 위로(에밀리 넌 지음, 마음산책 펴냄)=오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알코올 중독에 빠져 약혼자와 이별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던 저자를 절망에서 구원한 것은 다름 아닌 음식이었다. 친구의 제안으로 시작한 ‘위로 음식 투어’를 통해서다. ‘나는 그냥 밥을 얻어먹거나 그저 잔치를 벌인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위안을 받았다.’(226쪽) 미국 주간지 ‘뉴요커’ 편집자 출신의 음식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가족·친구들과 만나 위로 음식을 만들고, 이를 함께 나눠 먹는 행위가 어떻게 자신의 일상에 다시 온기를 불어넣어 줬는지를 소개한다. 1만 5,000원.
두 여인의 사랑과 우정사이
■비타와 버지니아(세라 그리스트우드 지음, 뮤진트리 펴냄)=“남편과 언니를 제외하고, 내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유일한 사람은 비타였다.” 20세기 대표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죽기 몇 달 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비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작가 겸 정원 디자이너였던 비타 색빌-웨스트. 책은 비타와 버지니아의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두 사람은 1920년대에 짧지만 열렬한 사랑을 나눴고, 버지니아는 비타를 모델로 한 소설 ‘올랜도’를 썼다. 전기 작가이자 영국 왕실 역사 전문가인 저자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500여 통의 편지 등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입체적으로 전해준다. 1만 7,000원.
세상을 움직이는 부와 권력의 역사
■세계사의 중심축이 이동한다(다마키 도시아키 지음, 사람과 나무사이 펴냄)=지난 700만 년의 인류사에서 권력과 부가 만들어지고 이동한 순간들을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을 키워드로 살펴본다. 일본의 경제사학자인 저자는 인류사에서의 두 개의 글로벌리제이션에 주목한다. 첫 번째는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7만 년 전 아프리카대륙에서 나와 세계 각지로 뻗어 나간 순간, 두 번째는 15세기 유럽인들이 세계 곳곳을 원정하며 막강한 힘과 부를 축적한 대항해 시대다. 책은 이 두 차례의 글로벌리제이션을 중심으로 세계사의 중심축이 형성되고 작동해온 주요 맥락을 짚어본다. 1만 6,500원.
예술가가 아낀 운명의 물건들
■예술가와 사물들(장석주 지음, 교유서가 펴냄)=‘한 사물이 한 사람의 취향과 신체 감각, 감정과 기질을 지배할 때 그것은 우정과 친밀감을 넘어 운명 그 자체로 변한다.’(242쪽)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가 꼽은 예술가들과 사물의 우정에 관한 글이다. 사소한 일상에서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이 사물과 어떻게 함께했는지를 짤막한 글 안에 흥미롭게 풀어냈다. 나혜석과 이혼 고백장, 헤밍웨이와 몰스킨 수첩,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라이카 카메라, 밥 딜런과 할리 데이비슨… 모든 글에 일러스트레이터 이명호의 그림을 더해 보는 재미도 선사한다.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