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사태로 투자자의 신뢰를 잃은 자산 운용 업계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조원의 운용규모(AUM)를 보유한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이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진 간 갈등으로 내부 직원들의 급여는 3개월째 미지급된 상황이어서 인력 이탈도 우려된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최대주주인 서울 대치동 수리 논술 강사 여상진 씨가 2대 주주인 이상준 골든브릿지금융그룹 회장 측과 추가 지분 매입 여부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여 대표는 지난 2016년 자신이 지분을 100% 보유한 교육 콘텐츠 및 학원 운영업체인 티에스오비를 통해 골든브릿지금융그룹이 보유한 골든브릿지자산운용 지분 49.1%를 90억원에 인수했다.
노동운동가이자 베트남 왕족인 ‘리 왕조’의 마지막 후손으로 잘 알려진 이 회장은 자산운용사 매각을 시작으로 골든브릿지증권을 상상인 그룹(당시 텍셀네트컴)에 처분하면서 금융업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운용사 매각 당시에도 여 대표에 골든브릿지가 보유한 잔여지분 46%를 3년간 단계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살 수 있는 권리)을 부여했다.
그러나 여 대표는 기간 내에 콜옵션을 모두 행사하지 않았다. 현재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은 여 대표가 55.2%를 골든브릿지가 39.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운용사를 인수한 이후 각종 소송에 휘말리자 여 대표는 지분을 더 확보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골든브릿지운용이 운용하는 다수의 부동산 펀드가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해 투자자들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회장 측은 현재까지 여 대표에게 잔여 지분을 마저 인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소송 위험에 따른 대손충당금 반영 규모를 두고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갈등은 고조됐다. 이와 관련해 골든브릿지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골든브릿지운용을 지분법 적용 대신 장부가액으로 반영했다. 골든브릿지는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신뢰성 있는 결산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이같이 표기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골든브릿지 측은 골든브릿지운용의 법인 인감과 OTP카드를 확보해 이를 돌려주지 않는 방식으로 회사의 의사 결정에 협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든브릿지운용은 올 초까지 신한은행 출신 강봉구 대표와 이창민 대표의 공동 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 대표는 이 회장의 자녀로 지난해 6월 취임했다. 공동대표 체제는 지난 3월 끝이 났지만 회사는 등기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회사는 헤지펀드운용실 실장 출신인 최창하 대표의 단일체제로 변경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임원을 고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골든브릿지운용의 등기부등본엔 강 대표와 이 대표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양 측의 갈등으로 직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경영진 간 갈등이 본격화 된 직후 직원들은 3개월째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건으로 국내 자산운용 업계가 위축된 가운데 운용과 영업에 차질이 생길까 직원들은 수개월째 이를 공론화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여 대표는 임시방편으로 최근 사비를 써 직원들에게 대여해주는 형태로 급하게 한 달 치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갈등이 길어지면 운용 인력도 대거 이탈할 수 있어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에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한 임원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윤희·김민석 기자 choy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