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을 휴젤과 양분했던 메디톡스(086900)의 ‘메디톡신’이 품목허가 취소됐다.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던 메디톡신이 사라지며 메디톡스는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대웅제약과 진행 중인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뿐 아니라 중국 진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8일 메디톡스가 생산하는 ‘메디톡신주’ 등 3개 품목에 대해 오는 25일자로 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취소 대상은 메디톡신주, 메디톡신주 50단위, 메디톡신주 150단위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4월17일 해당 품목의 잠정 제조·판매·사용을 중지하고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해 왔다. 메디톡스가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을 사용했음에도 마치 허가된 원액으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 △원액 및 제품의 역가시험 결과가 기준을 벗어나는 경우 적합한 것으로 허위기재 △조작된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해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해당 의약품을 시중에 판매했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는 제조·품질관리 서류를 허위로 조작한 메디톡스의 약사법 위반행위에 대해 △‘메디톡신주’ 등 3개 품목은 허가 취소 △‘이노톡스주’는 제조업무정지 3개월에 갈음하는 과징금(1억7,460만원)을 처분했다. 아울러 법률 위반으로 품목허가가 취소된 의약품이 사용되지 않도록 메디톡스에 유통 중인 의약품을 회수·폐기토록 명령했다.
하지만 원액 바꿔치기 등에 따른 안전성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메디톡신의 사용 현황과 보툴리눔 제제에 대한 국내외 임상논문, 일정 기간 효과를 나타낸 후 체내에서 분해되는 특성 등을 종합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결과, 이번 사건 의약품으로 인한 안전성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품목허가 취소라는 초강경 결정의 배경에는 메디톡스가 의도적으로 식약처를 기만했다는 사실이 있다. 지난해 허가된 세포와 다른 종양원성이 있는 세포를 사용한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과정에서의 진통이 식약처의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디톡스는 2012~2015년 지속·반복적으로 원액을 바꿔치기하고 원액 및 제품의 시험성적서 등을 고의로 조작했다. 이러한 서류 조작행위는 조직적으로 은폐돼 약사법에 따른 행정조사로는 확인에 한계가 있었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범죄행위가 밝혀졌다. 식약처는 서류 조작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하게 단속·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식약처의 이번 품목허가 취소 처분이 다음달 6일로 예정된 미국 ITC의 예비판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TC는 애초 지난 5일 예비판정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대웅제약으로부터 추가 서류를 받기로 하고, 이에 대한 검토를 위해 예비판정일을 약 한 달 정도 미루기로 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국내에서 무허가 원액을 사용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제조하는 등 약사법을 위반했다는 사실 등을 ITC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식약처가 메디톡신을 최종 승인 취소하면서 관련 내용이 ITC 판정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최종 판정은 11월6일이다.
공들였던 중국 진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현재 메디톡스는 중국의 품목허가 심사를 받고 있는데, 서류 조작으로 국내 품목 허가가 취소된 만큼 중국 허가 취득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신은 현재 약 60개국에 판매되고 있는데, 국내 품목허가 취소로 해외 영업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며 “자국에서 품목허가 취소된 의약품을 해외에서 판매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