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강행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일부 변경되며 홍콩 내 민주화 진영에 대한 탄압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심의를 마친 홍콩보안법 초안에는 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가 기존의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에서 ‘외국 세력과 결탁’으로 바뀌었다. 홍콩 문제에 목소리를 낸 외국 정부나 단체는 물론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지를 호소했던 홍콩 내 민주화 세력까지 처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로써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의 결탁 ▲국가 분열 조장 ▲국가 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를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초안대로 법이 제정될 경우 지난해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민주주의법(홍콩인권법) 제정을 촉구하고 한국에 홍콩 민주화 지지 선언을 요청한 조슈아 웡 홍콩 데모시스토당 비서장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홍콩 민주화 진영은 강하게 반발했다. 웡 비서장은 “중국 중앙정부의 의도는 홍콩과 국제사회의 연대를 끊으려는 데 있다”며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홍콩의 자유와 인권을 촉구한 모든 사람을 처벌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콩 야당이자 반중(反中) 성향인 공민당의 데니스 궉 의원 역시 “우리는 외국 총영사와 의원·관료·학자·언론인 등과 자주 접촉하고 홍콩 문제를 논의했는데 이런 활동마저 ‘외국 세력과 결탁’이 된다면 홍콩 같은 글로벌 도시에서 충격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 각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홍콩인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날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대만 대륙위원회(한국의 통일부 격)는 전날 ‘홍콩 인도주의 원조 행동 계획’을 공식 발표하며 신변의 위협을 느껴 대만에 이주하고자 하는 홍콩인을 지원하는 전담 공공 기구를 오는 7월부터 가동한다고 밝혔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지난해 송환법 반대 운동부터 최근의 홍콩보안법에 이르기까지 홍콩인들은 자유민주를 견지하고 있다”며 “자유에 긴박한 위험을 느끼는 홍콩인들에게 더욱 신속한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17일 주요 7개국(G7)은 중국을 겨냥한 공동성명을 통해 홍콩보안법 철회를 촉구했다.
국제 사회의 비판에도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홍콩보안법이 신속입법 절차를 밟아 이달 말 제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홍콩 이슈 전문가인 톈페이룽 베이징항공우주대학 교수는 통상 법안은 세 차례 심의를 거치지만 이견이 거의 없는 법안은 심의가 두 차례로 줄어들 수 있다며 홍콩보안법 초안이 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