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20여차례의 부동산대책이 발표되는 동안 이른바 ‘부의 대물림’인 아파트 증여가 크게 늘었다. 서울경제가 현 정부 이전 3년과 최근 3년의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를 비교한 결과 1만6,000여건에서 3만9,000여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더욱 옥죄는 동안 이들은 팔기보다 자녀들에게 ‘주는’ 것을 택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들어서도 아파트 증여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 2.4배, 강동은 무려 5.3배=22일 본지가 한국감정원 통계를 바탕으로 최근 3년(2017년 6월~2020년 5월)과 이전 3년(2014년 6월~2017년 5월)의 서울 아파트 증여를 비교한 결과 2.4배가량 늘었다. 이전 3년간은 증여 건수가 1만6,363건에 그쳤으나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간은 3만9,496건으로 4만건에 육박했다. 약 2.4배 늘어난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증여가 늘었다. 강동구가 696건에서 3,667건으로 2,971건(526.9%)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해당 지역에서 대거 재건축이 진행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강남 2,516건 △동대문 2,251건 △영등포 2,142건 △서초 1,898건 △송파 1,349건 △은평 1,331건 △마포 1,209건 등의 순이었다. 감소한 지역은 금천구(-139건)와 강서구(-89건)뿐이었다.
대체로 강남 4구 등 고가주택 밀집지역에서 증여 건수가 크게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대다수 다주택자가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을 팔기보다는 자녀 등에게 증여하는 편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파트 증여가 늘수록 매물 잠김도 심화된다. 그만큼 서울에서 거래될 수 있는 아파트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5월 1,566건, 다시 시작되는 증여 러시=이런 가운데 5월에도 서울 아파트 증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5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1,566건으로 4월(1,386건)에 이어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서초(139건→174건), 강남(166건→260건), 송파(38건→82건) 및 양천(62건→110건) 등 고가주택 밀집지역에서 증가세가 나타났다. 경기권에서도 상대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높은 과천(21건→227건)과 분당(52건→107건) 등에서 증여 건수 증가폭이 컸다.
이는 4월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이후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다시금 증여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4.75% 올라 2019년(14.01%)에 이어 2년간 급등세를 이어갔다. 특히 강남구(25.57%), 서초구(22.57%), 송파구(18.45%), 양천구(18.36%) 등 서울 주요지역이 20% 안팎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일부에서는 자녀를 넘어 동생·부모 등 친인척에게까지 증여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각종 규제의 풍선효과로 앞으로도 서울 등 고가아파트 증여 건수는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증여는 매물 잠김으로 이어지고 결국 아파트를 사려는 실수요자들이 피해자가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