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동학개미 갈길 '투자 구루' 5인에 묻다] "지난 3개월 수익률, 본인 능력이라 착각말라"

[평생 투자시대, 문화를 바꾸자]

<상> 물꼬 튼 증시 뉴머니...진짜 투자는 이제부터

부동산에 편중 가계자산, 자본시장 유입 선순환 길터

이제 첫 단추 끼운 개인은 '알고하는 투자'로 무장 필요

분산·장기 투자 아니면 '주식 필패·부동산 불패' 못깨

'주식은 삶의 파트너' 주주로서 함께 가는 문화 만들어야




“‘주식 투자는 필패’라는 고정관념이 보기 좋게 깨진 지난 3개월이었습니다. 부동산·예금에 편중된 가계자산이 자본시장으로 흘러가 기업 성장의 과실을 개인 투자자들도 함께 나누는 자본 선순환의 물꼬가 트였습니다. 다만 이제 장기·분산투자, 무엇보다 알고 하는 투자 등 성숙한 투자 문화로 나아갈 시점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연초 이후 약 37조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주식 순매수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올해가 가계의 증시로의 머니무브 원년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과 예금에 치중된 가계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자산 증식과 자본시장 활성화의 선순환으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이제 첫 단추를 끼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가 분산투자, 장기투자, 알고 하는 투자 등 건전한 투자문화로 정착돼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았다.


22일 국내 자본시장, 자산관리 업계의 전문가들인 강방천 에셋플러스운용 회장,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박경희 삼성증권SNI 전략 전무, 조용준 하나금융투자리서치센터장 등 5인은 올해 개인들의 활발한 주식매수를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했다. 강 회장은 “성공 투자의 제1 요건은 쌀 때 사는 것인데 그동안 개인들이 비쌀 때 샀다가 물리기를 반복하면서 ‘주식 필패, 부동산 불패’라는 공식이 뇌리에 박혔다”며 “이번에는 이와 달리 공포의 장세에서 개인들의 용기 있는 투자가 이뤄졌다. 이들을 칭찬하고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도 “우량주를 저평가 시점에 사서 수익을 낸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다. 수익을 경험해봐야 투자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고 밝혔다. 김 소장도 “유튜브 등을 통해 스스로 습득한 정보를 기반한 우량주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제는 ‘개미’라기보다는 정보로 무장한 스마트한 투자자들”이라고 평가했다.

◇머니무브 물꼬 트인다=전문가들은 개인 주식 순매수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박 전무는 “개인 자산의 포트폴리오가 선진국형으로 재배분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금이자가 1%를 밑돌 때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주의 배당만 해도 연 3%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우량주에 투자하면 배당과 자본수익을 둘 다 노릴 수 있다”며 “제로금리에서는 실물자산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 부동산이 규제로 묶이면서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 센터장은 “현재 한국은 15년 전 일본이 제로금리에 들어갔던 시기와 경제상황이 비슷하다”며 “앞으로 금리가 일부 오를 수는 있지만 큰 틀에서 저금리 기조는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부동산에 쏠려 있던 자산관리·재테크의 큰 축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올 여건은 충분히 마련됐다는 게 중론이다.


개인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기 위해서는 증시 상승세가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존 리 대표는 “미국 증시가 지난 30여년간 장기상승하면서 퇴직연금을 중심으로 한 가계자금이 꾸준히 유입됐다”며 “머니무브가 이뤄지려면 국내 증시도 향후 3~5년간 꾸준히 우상승 곡선을 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 역시 “개인 자금이 기조적으로 들어올지는 앞으로 적어도 5년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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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들과 기업들 역시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상장기업들은 주주 환원을 강화하고, 금융회사들도 금융소비자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선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동학개미, 승전보 울리기에는 이르다=급락장에서의 기록적인 순매수 이후 증시가 반등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수익률이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승전보를 울리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강 회장은 “유동성이 밀어 올려 코스피지수가 2,200선에 육박했으나 실적은 그만큼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별 종목은 변동성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며 “주식을 처음 한 사람이 지난 3개월간의 성적을 갖고 본인의 능력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이기려면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존 리 대표는 “인버스, 유가 투자에서 조급함이 느껴진다”며 “좋은 기업을 장기적으로 깔고 앉는 게 바람직하지, 짧은 시간에 돈 벌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투자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증시 하락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분산투자를 통한 리스크 관리와 알고 하는 ‘자기책임 투자’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 센터장은 “옷을 한 벌 살 때도 입어보고 사고, 부동산을 살 때는 수십 군데을 뒤져보고, 가보고 매매 결정을 내리지 않느냐”면서 “그런데 주식을 살 때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 클릭 한번, 전화 한 통으로 사는 경우도 아직 많다. 공부를 충분히 하고 저평가됐을 때 사서 장기로 투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전무는 “자산가들이 투자에 성공해 부를 이룬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산해 투자하기 때문”이라며 “특정한 기회에 레버리지를 총동원해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자산을 불린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자산 분산, 시간 분산’이 자산가들의 성공 비결이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전세금과 같이 만기가 있는 돈으로 투자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주식을 삶의 파트너로 삼아 주주로서 함께 가는 투자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투자 상품과 일반 금융상품의 본질은 리스크의 차이”라며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장기적인 투자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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