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비수도권 산업단지의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임대전용 산단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는 지방 산단을 살리려면 분양보다 임대전용 산단으로 지정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어서 미분양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부상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구미시는 국가5공단(국가하이테크밸리) 1단계 375만㎡ 가운데 33만㎡를 임대전용 산단으로 지정하기 위한 국비 지원을 정부에 건의했다. 현재 국가5산단의 공정률은 98%이지만 분양 실적은 22.4%에 불과하다.
33만㎡을 임대산단으로 전환할 경우 약 17개 기업의 입주 수요가 있어 텅텅 빈 산단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구미시는 파악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의 이탈이 잇따르고 있는 구미에 기업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임대전용산단 지정이 절실하다는 것이 시의 판단이다.
앞서 장세용 구미시장은 지난달 14일 청와대를 방문해 국가5산단 활성화를 위해 임대전용산단 지정, 입주업종 확대, 분양가 인하 등을 적극 건의했다. 지난 17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마련한 간담회에서도 임대전용단지 지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임대산단 전환을 위해서는 조성원가 손실분에 대한 국비 지원이 관건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조성중인 국가5공단의 3.3㎡당 조성원가는 86만4,800원으로, 33만㎡을 임대산단으로 전환할 경우 346억원의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
구미시 관계자는 “삼성·LG 등 대기업이 속속 이탈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자생력 강화를 위한 특화임대단지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난달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입주기업에게 5년간 최대 임대료 100%를 지원해 줄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반면 철강경기 침체 등으로 입주기업을 찾지 못하던 경북 포항시 블루밸리 산단은 공급방식을 임대로 전환한 후 입주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블루밸리 산단은 1단계 293만㎡, 2단계 314만㎡ 등 총 608만㎡ 규모다. 지난 2014년 10월 시작된 1단계 단지조성 공사가 최근 완료됐다. 2016년 9월 1단계 산업용지 첫 분양에 나섰으나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입주를 확정한 민간기업은 1~2곳에 그칠 정도로 분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1단계 산업용지 136만㎡중 50만㎡를 임대전용산단으로 전환하자 부지매입 비용 절감 등 기업의 입주부담이 줄어들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블루밸리 임대산단의 3.3㎡당 연간 임대료는 5,600원으로 분양가격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통상 국가산단 내 임대단지의 임대료는 분양가의 3% 수준이지만 지난 2017년 11월 발생한 지진 등 포항의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 추가 인하한 것이다.
포항시도 올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입주기업에 대해 3년 간 임대료의 50%를 지원하는 유인책까지 내놨다. 이 같은 조건으로 지난 3월 임대산단 공급에 나선 결과 공급면적 대비 165%에 달하는 높은 입주 신청률을 기록하며 완판을 기록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초기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면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큰 관심을 보였다”며 “임대산단 2차분인 38만㎡에 대한 공급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구미·포항=손성락기자 ss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