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칭기스의 교환] 지금의 팬데믹도, 시작은 몽골제국

■티모시 메이 지음, 사계절 펴냄




글로벌 시대가 찾아온 지 한참의 시간이 지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인류는 전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음을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 중국의 한 도시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는데 불과 한 달의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과 국가가 하나의 세계를 이룬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를 하나로 연결한 것은 몽골 제국이다. 칭기스 칸과 몽골의 세계 정복은 흔히 무자비한 파괴와 살육, 역사적 퇴행의 주역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상 근대 세계를 열어젖힌 변화의 출발점이 된 것은 유라시아의 양극단을 연결한 몽골이었다. 동아시아에서 유럽에 이르는 흑해 초원과 러시아에서 인도 및 중동에 이르는 역사상 가장 큰 단일 제국을 형성한 몽골은 국제 무역, 세계 종교의 확산, 전염병 창궐과 같은 전 세계적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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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칭기스의 교환’은 몽골의 세계 정복이 교역과 전쟁, 종교, 전염병 등 다양한 측면에서 초래한 변화를 분석한 역사서다. 몽골 제국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 티모시 메이는 몽골이 인류 역사에 초래한 이러한 거대한 변화를 1492년 콜럼버스의 항해 이후 신대륙과 구대륙에 일어난 급격한 변화를 일컫는 ‘콜럼버스의 교환(미 역사학자 앨프리드 크로스비가 명명)’에 빗댄다. 세계사의 핵심적 분기점으로 여겨지는 ‘콜럼버스의 교환’조차 몽골의 정복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몽골 제국 이후 세계는 완전히 달라졌고, 이전보다 상호 연관성이 더 커졌으며,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책은 몽골 제국의 등장으로 인한 변화를 무역과 전쟁, 행정, 종교, 전염병, 인구, 문화적인 측면에서 다뤘다. 몽골은 전근대 세계에서 가장 파괴적인 세력이었지만 그들이 이룬 ‘팍스 몽골리카’는 상인과 선교사들이 유라시아를 가로질러 교류하는 배경이 됐고, 광대한 영토 안에서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삶이 안정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그 연결성 때문에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인 흑사병이라는 질병이 순식간에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전 인류의 삶의 토대가 뿌리째 흔들리는 처참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몽골 제국이 구축한 교역로를 따라 중동과 유럽에 흑사병이 전파되고, 이후 세계의 경제구조가 바뀌며, 의학 발전과 교육, 신앙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에 지금 인류가 직면한 현실을 투영하게 된다. 2만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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