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재용 '뉴삼성' 힘 받았지만…검찰, 끝내 무리수 던질까

수사심의위 “수사중단·불기소” 권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26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수사중단과 불기소 의견을 내놓았다. 삼성과 이 부회장을 겨냥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이 제동을 건 셈이다. 특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의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시·보고가 없었다는 삼성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불법승계 지시 없었다" 삼성측 주장 수용
앞서 법원의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과 검찰시민위원회의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에 이어 수사심의위의 수사중단과 불기소 권고까지 나오면서 삼성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3연승을 거두게 됐다. 이에 따라 표적·과잉수사로 삼성의 경영활동에 차질을 빚게 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검 수사심의위는 현안위원 15명 중 14명이 참석한 가운데 위원장 직무대행 1명을 제외한 13명이 심의에 참여했다. 결과는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불기소 권고가 검찰의 짜맞추기식 수사에 경종을 울린 만큼 더 이상 사법 리스크가 삼성 경영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과 삼성에 대한 수사를 1년8개월째 진행하면서 삼성 임직원들을 430여차례나 소환조사했고 압수수색만 50여차례 벌였다. 검찰의 먼지떨이식 수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위기상황을 겪고 있는 삼성을 옥죄었다. 특히 삼성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의혹을 기점으로 햇수로 5년째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큰 고비를 넘기기는 했으나 기소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검찰이 수사심의위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려 불기소 권고를 존중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할 수도 있어 삼성은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다만 검찰도 이번 권고안으로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기소를 포기하면 그동안의 수사 결과를 부정하는 셈이고 기소하면 무리한 수사라는 여론의 역풍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검찰은 지금까지 8차례 수사심의위의 의견을 모두 수용했다.

검찰, 기소 강행 땐 역풍 거셀듯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해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내놓음에 따라 검찰이 무리한 수사와 기소라는 후폭풍에 직면하게 됐다. 검찰은 지난 9일 새벽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데 이어 11일 수사심의위원회 개최 결정, 이날 심의위원회 논의 결과까지 삼성 측과 양보 없는 진검승부를 벌였지만 3전3패로 완패하면서 내부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당장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추가 수사는 물론 기소도 강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수사심의위가 검찰 수사팀과 삼성 측 변호인 의견서는 물론 진술까지 꼼꼼히 살펴본 뒤 수사중단과 불기소라는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이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국민 판단을 무시한다’ ‘무리한 수사·기소로 기업을 옥죄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소 등의 절차를 모두 포기하면 1년7개월이라는 장기간 수사가 ‘도로아미타불’이 되면서 스스로 무능만 인정하는 셈이 된다. 말 그대로 검찰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그동안 삼성을 겨냥한 수사를 장시간 지속하면서 “경제도 어려운데 기업을 흔들었다”는 따가운 질책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양측 특수통 앞세운 치열한 수 싸움 벌여

9시간 논의 끝에 기소 타당치 않다 판단

3대0 전패에 여론 역풍, 딜레마 빠진 檢

검찰과 삼성 양측은 이날 수사심의위에서 전현직 특수통으로 대표되는 최강의 공격·방어진을 내세웠다. 양측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계속 할지, 또 이 부회장을 비롯해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삼성물산 등을 기소할지 등의 안건에 대해 9시간가량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수사심의위에서는 앞서 회피 의사를 밝힌 양창수 위원장(전 대법관)을 제외하고 무작위로 추첨된 현안위원 15명 중 1명이 불참해 14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위원장 자리를 위임받은 1명을 제외한 13명이 표결에 나섰다. 현안위원들은 검찰·삼성 측은 물론 고발인인 참여연대가 제시한 의견서와 양측 진술을 토대로 논의 절차에 돌입했고 장시간 논의 끝에 결국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논의과정에서 현안위원 가운데 상당수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표결에서도 무죄를 주장한 삼성 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절반을 웃도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수사중단 및 불기소’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2735A03 이재용 부회장 편법승계 의혹 관련(35판)


삼성 측은 3대0의 완승을 거둔데다 수사심의위가 사실상 추가 수사를 비롯해 기소조차 ‘타당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부담이 크게 줄었다. 반면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 결정 이후 수사팀은 물론 조직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이기 때문에 검찰이 반드시 따를 이유는 없다. 하지만 기존에 여덟 번 열린 수사심의위 결정을 검찰이 모두 수용했던 만큼 추가로 수사에 나서거나 기소를 강행할 경우 여론의 역풍은 불을 보듯 훤하다. 수차례 열린 여론 재판에서 전패했는데도 승복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시선에는 오만한 검찰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추가 수사나 기소 등 독불장군식의 무리한 움직임이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만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만든 제도인데 스스로 여론에 묻고자 하고 따르지 않는다면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기소 여부 등을 검찰이 최종 판단한다고는 하지만 이미 수사심의위에서 ‘수사중단 및 불기소’라는 의견이 나온 상황에서 강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거나 기소를 강행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그 역풍이 만만치 않은 탓에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검찰은 ‘수사심의위 결과를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는 보도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 결과를 감안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다. 그대로 한다는 것도 아니고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이 부회장 등에 대해 기소를 하지 않거나 수사를 멈출 경우 지금까지 오랜 수사에서 혐의 입증도 못한 무능한 검찰이라는 오명을 써야 한다”며 “무조건 기소 등의 입장을 고수할 수도 있지만 ‘무리한 수사’나 ‘기업 흔들기’라는 비판이 반드시 뒤따를 것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 면한 삼성…이재용 현장경영 강화 예고
“1년8개월간 수사를 끌어온 검찰이 책임회피를 위해 ‘판결이나 한번 받아보자’는 식으로 기소하려는 것은 무책임한 일입니다. 이번 수사로 삼성이 입은 유무형의 피해를 검찰이 어떻게 책임질지 의문입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결정을 내리자 재계 관계자의 목소리는 격양됐다.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삼성은 잠시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이 부회장이 또다시 재판에 넘겨지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표적·과잉수사 ‘치명타’ 벗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 속도낼듯

재계에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한 검찰의 이번 수사가 전례를 찾기 힘든 과잉수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 전현직 임직원 110여명이 430여차례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고, 사무실이 50여차례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삼성의 경영활동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검찰이 수사 착수 이후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자 수사기간을 늘리면서 삼성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는 비판도 나온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의 경우 지난 2016년 12월 특검의 수사가 시작된 후 4년 반 동안이나 같은 건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번 수사에 앞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2016년 11월 이후 무려 3년7개월간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행위 관여 혐의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행위 관여 혐의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삼성은 이날 수사심의위에서 검찰의 무리한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고 수사심의위원들은 결국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무엇보다 재계에서는 법원이 앞서 민사소송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해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를 고집한 것은 검찰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017년 진행된 삼성물산 합병 무효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고 합병이 승계와 관련 있다고 해도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는 기본적인 기소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 무리수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삼성은 검찰이 주장하는 시세조종 의혹도 자본시장의 기본원리를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상식적으로 미래의 주가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합병 당시 삼성물산에 가장 불리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한 주가를 삼성이 선택했다는 주장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권고함에 따라 이 부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한 활발한 대내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뉴 삼성’을 선언한 후 현장경영을 강화하며 위기의식을 주문하는 한편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15일 반도체·스마트폰 부문 사장단과 릴레이 간담회를 가졌고 19일 화성 반도체연구소를 찾은 데 이어 23일에는 수원 생활가전사업부를 방문했다.

하지만 삼성은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판단을 무시하고 이 부회장 기소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남아 있어서다. 삼성 관계자는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검찰의 기소 여부를 지켜봐야 해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 모두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 경제활성화에 온 힘을 쏟고 있는데 검찰은 반기업정서를 바탕으로 무리한 기업 수사를 밀어붙이고 있으니 어떤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와 고용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존중·감사" 단 두줄 입장문 밝힌 삼성 변호인단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중단과 불기소’ 권고 결정에 삼성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이 내놓은 반응은 존중·감사 등 두 단어에 불과했다. 아직 상황이 100%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최대한 검찰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모습./연합뉴스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모습./연합뉴스


삼성 변호인단은 26일 “수사심의위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게 기업 활동에 전념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변호인단 명의의 짧은 입장문만 내놓은 것이다. 그동안 삼성 측은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수사심의위 개최,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 결정 등 검찰과의 세차례 ‘진검승부’에서 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날 단 두 줄짜리 입장문에서는 승리에 대한 환희보다는 안도감이 엿보였다.

수사심의위서 최적의 결론 도출했으나

사법리스크 100% 해소 안돼 신중 입장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수사심의위 결정이 곧 사법 리스크 해소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수사심의위 권고안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검찰은 이를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다. 최악의 경우 검찰이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고 수사 재개는 물론 이 부회장 기소까지 강행할 수 있다.

검찰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금까지 수사 결과와 수사심의위 심의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년7개월 동안 수사를 끌어온 검찰이 3대0 전패로 체면을 구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소 가능성은 남아 있는 셈이다. 삼성 측이 지금까지 8차례의 수사심의위 권고안을 검찰이 모두 수용했다는 점을 기대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이유다. 게다가 아직 끝나지 않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도 부담이다. 삼성 관계자는 “더 조심스럽다”며 “검찰이 수사심의위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려 불기소 권고를 존중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용·박준호·안현덕·변수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