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인도에서 격렬해진 '중국 보이콧'…한국 기업에 불똥 튀었다

통관 절차 늦어져 공장 가동 중단될 뻔

"장기화 시 피해 우려"

국경서 유혈 충돌 이후 중국 불매운동 거세

2018년 인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두번째줄 왼쪽 네번째) 인도 총리가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뒷줄 왼쪽 첫번째) 부회장 및 현지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18년 인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두번째줄 왼쪽 네번째) 인도 총리가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뒷줄 왼쪽 첫번째) 부회장 및 현지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인도의 무역 장벽 보복으로 인해 한국 기업 사이에서도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 세관 당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하면서 덩달아 한국 기업 수입품의 통관 절차에도 어려움이 생겨서다.

28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노이다 공장 휴대전화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할 뻔했다. 뉴델리 공항에서 중국발 휴대전화 부품의 통관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는 다른 제조 분야와 달리 재고를 많이 쌓아 두지 않는데 며칠간 주요 부품이 조달되지 않으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다행히 27일 극적으로 삼성전자 관련 물량이 우선으로 통관되면서 공장 가동 중단 위기는 가까스로 넘겼다.


노이다의 휴대전화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삼성전자가 2018년 기존 공장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하며 세계 시장 공략의 차세대 거점으로 육성하는 곳이다. 연간 최대 생산 가능 물량은 1억2,000만대에 달한다.

공항뿐 아니라 인도 주요 항만 곳곳에서도 한국 기업 관련 수입품의 통관이 지연되는 분위기다. 뭄바이 인근 나바 셰바, 서부 구자라트주 피파바브 등 주요 항구에서는 한때 통관 지연된 한국 기업 컨테이너 물량이 중국산보다 많았다. 이로 인해 LG전자 가전 관련 부품의 통관이 늦어지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시진핑 사진 불태우는 印 시위대  16일(현지시간) 인도 보팔에서 시위대가 중국과의 국경충돌로 인도 군인들이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EPA연합뉴스시진핑 사진 불태우는 印 시위대 16일(현지시간) 인도 보팔에서 시위대가 중국과의 국경충돌로 인도 군인들이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처럼 인도 공항·항구 등에서 통관 지연이 발생한 것은 세관 당국이 최근 중국산 수입품에 전수 조사 등 까다로운 절차를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한정된 세관 당국 인력에 크게 부하가 걸리다 보니 다른 나라 수입품 통관에도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한 주재원은 “이런 통관 지연이 계속될 경우 전자 분야는 물론 자동차 등 여러 한국 기업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재인도한국경제인연합회(코참 인디아)는 인도산업협회(CII), 인도투자청, 각 공항·항구 세관 당국 등에 공문을 보내 한국 기업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업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코참 인디아는 공문에서 통관 지연으로 인해 수출 일정 등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에 심각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빠르게 통관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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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도 한국대사관 측도 인도관세총국(CBIC) 등과 문제 해결을 위해 이번 사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는 지난 15일 라다크지역에서 중국과 국경 충돌로 인도군 20명이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보이콧’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민간 분야는 불매 운동과 시위를 벌였고, 정부는 중국 기업과의 계약 파기와 수입규제 등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인도군과 중국군이 국경에서 벌인 유혈사태 이후에도 양국은 강대강 대응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인도 내에서 반중 정서는 더욱 깊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7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유혈 충돌 이후 두 나라가 상대방을 향해 군사적 능력을 과시하는 ‘근육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나라는 최근 장성급 회담을 열고 군의 추가 충돌 자제 문제를 논의하기는 했지만, 국경 일대에서 서로 힘을 과시하면서 양보 의사가 없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SCMP는 지난 22일 촬영된 최신 상업용 위성 사진에서는 중국군이 유혈 충돌 사태가 벌어진 지점 바로 근처에 벙커, 텐트, 군수물자 보관 창고 등을 설치한 모습이 포착됐다고 로이터 통신의 최근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이들 시설은 지난달 촬영 사진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유혈 충돌 이후 티베트자치구에서 인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훈련을 최소 세 차례 진행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을 통해 보도된 영상에서 중국군은 경전차, 자주 곡사포, 122㎜ 다연장 로켓 등을 동원했다. 인도군 역시 충돌 지점 바로 인근에 화력 증강용 장비를 추가로 배치했다. 인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군은 유혈 충돌이 일어난 갈완 계곡에 T-90 탱크를 배치했다. 인도 공군 항공기는 이 지역에서 항공 정찰에 나섰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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