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추미애 발언에 민주당도 술렁…"한번도 경험 못한 광경vs총장 일탈이 먼저"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사건’ 위증교사 진정 감찰 사건 등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내 지시를 절반 잘라먹었다”며 연일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추 장관의 발언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 장관의 언행이 부적절하다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에 당혹스럽기까지 하여 말문을 잃었다”고 비판했고, 황운하 의원은 “(추 장관의) 표현을 문제 삼고 싶으면 거기에 앞서 검찰총장의 일탈을 먼저 지적하라”고 맞섰다.


지난 28일 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자신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명 당시 여당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문제를 제기한 국회의원이었고, 법사위 활동 내내 검찰의 수사방식에 대해서도 극히 비판적 견해를 피력했었다”는 점을 전제한 뒤 입을 열었다.

그는 “그렇지만 최근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총장에 대한 일련의 언행은 제가 삼십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서 당혹스럽기까지 하여 말문을 잃을 정도”라며 “꼭 거친 언사를 해야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위주의 시절에는 정치적 행태가 지금과 매우 달랐고 그 이후에도 법무부와 검찰의 공생, 악용 사례가 많았으나, 과거 전임 장관들도 법령,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고려로 인해 자신들의 언행을 자제했다”며 “추 장관께서 거친 언사로 검찰개혁과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의 당위성을 역설하면 할수록 논쟁의 중심이 추 장관 언행의 적절성에 집중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당초 의도하신 바와 반대로 나아갈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조 의원은 추 장관 발언의 시기적 적절성도 꼬집었다. 그는 “추 장관께서 연일 총장을 거칠게 비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와 여당의) 노력이 진정하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민생에 집중해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높여나가야 한다. 그래야 야당도 압박하고 견인할 수 있다”고 상황을 짚었다.

이어 “검찰 개혁과 공수처 출범은 정해진 절차와 제도에 따라 차분하고 내실 있게 진행하면 될 일”이라며 “검찰 개혁과 공수처 출범을 위해서라도 장관님의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집권세력으로서의 겸허한 태도도 역설했다. 그는 “집권세력은 눈앞의 유불리를 떠나 법과 제도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야당이나 또 (여당의 정책이나 기조를 지지않지 않는) 일부 국민들에게도 법과 제도라는 시스템에 따라 거버넌스가 진행된다는 믿음을 드려야 한다. 법무부 장관께서 원래의 의도나 소신과 별개로 거친 언행을 거듭하신다면 정부 여당은 물론 임명권자에게도 부담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반면 황 의원은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사태의 핵심은 ‘추 장관의 발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추 장관을 옹호했다. 그는 “전체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지엽적 시각에 매몰되면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을 깨치지 못한다”며 “본질이 희석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달을 봤으면 달을 가리키는 손을 잊으라’는 뜻의 사자성어 ‘견월망지’를 인용하며 “본질을 깨우쳤으면 수단들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총장 취임 후 그가 보여 온 검찰권 운용방식은 본분을 망각한 무절제함이었다”며 “검찰총장의 일탈과 권력남용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누가 담당해야 하느냐. 법무부장관은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자인 장관의 지시를 무시하고 건건이 대립하려는 검찰총장의 무도함을 장관이 나무라지 않는다면 식물장관 아니느냐”며 “표현방식을 문제 삼고 싶으면 거기에 앞서 검찰총장의 일탈을 먼저 지적해야 맞지 않나. 검언유착의 부당함도 함께 비판해야 맞지 않느냐”고 물었다.

황 의원은 “지금은 검찰공화국이라는 앙시앵레짐이 타파되도록 힘을 모아야 하는 시기”라며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 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25일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주최 초선의원 혁신 포럼 ‘슬기로운 의원생활’에 참석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위증 교사 진정 감찰 사건’을 둘러싼 윤 총장과의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사건을 대검 감찰부에서 하라고 지시했는데, 며칠 전 윤 총장이 내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며 “장관 말 들었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했다. 말 안 듣는 검찰총장과 일해 본 법무부 장관을 본 적이 없다”고 비난했다. 또 “(재지시는) 검찰사에 남는 치명적 모욕이지만, 그날은 재지시로 압박하며 수습돼 좋게 넘어갔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추 장관의 언행이 법무부장관으로서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미래통합당 뿐아니라 정의당에서도 추 장관이 발언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촉구하자 그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추 장관은 “문제는 ‘검언유착’”이라며 “장관의 언어 품격을 저격한다면 번지수가 틀렸다”고 적었다.


조예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