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발표한 금융소득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집합투자기구(펀드)에 불리한 요건이 많아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자칫 간접투자시장을 크게 위축시켜 투자문화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실 주최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금융투자세제 개편 방향 긴급토론회’에 참석한 금융투자 관련 전문가들은 “개편안이 펀드에 지나치게 불리하게 돼 있어 간접투자를 위축시키고 가뜩이나 위축된 자산운용 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은 2,00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적용되지만 해외주식과 비상장주식·채권·파생상품 소득은 합산해 250만원만 공제한다.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펀드의 상장주식 양도소득의 경우 기본공제는 아예 없고 손실 이월공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펀드 양도이익에 적용되는 세율이 배당소득세(14%)에서 금융투자소득세(최대 25%)로 바뀌며 실질적인 증세가 전망되고 국내 주식형 펀드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2022년)가 국내주식 양도소득세 전면시행(2023년)보다 먼저 시행될 예정이어서 현재 개편안대로라면 펀드시장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회 토론회는 오는 7일 정부가 주최하는 금융세제 개편 공청회를 앞두고 진행돼 관심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개편안이 과세 형평성과 조세 중립성을 위반하고 있다며 보완책 마련을 촉구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펀드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기본공제와 손실 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집합투자기구로부터 발생하는 금융투자소득은 국내 상장주식·채권 양도소득과 손익통산한 뒤 2,000만원의 기본공제를 허용하고 손실의 이월공제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엽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개편안대로라면 정부의 의도와 달리 국내주식의 직접투자가 늘고 간접투자의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모든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기본공제를 통합하고 국내 주식형 펀드 ETF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를 주식·파생상품 등에 대한 전면과세와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이번 개편안과 관련해 가장 아쉬운 내용은 펀드에 대한 기본공제가 없다는 것”이라며 “펀드에 대한 기본공제가 없으면 투자 유인을 못 느끼고 이는 자산운용 업계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 연구원은 “국내주식의 경우 대규모 매도를 막기 위해 2023년 이후 양도 시 주식 취득 시기를 2022년 말로 의제하는 것으로 개정했으나, 펀드에 대해서는 그러한 혜택이 없어 취득 시기 재설정과 관련한 논의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펀드 양도이익에 적용되던 배당소득세가 금융투자소득세로 바뀌는 것과 관련해서도 업계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이 밖에도 △장기투자(1년 이상 보유)에 대해 세제혜택 △증권거래세 점진적 폐지 △대주주 범위 확대 유예 △K-OTC에 대한 세제혜택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확대·영구화 등을 이번 개편안의 추가 보완과제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