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임대차 3법 갱신계약까지 소급 적용'…내 집서 내가 못 사나"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이야기"

임대인들 靑 게시판서 불만 폭발

세입자 전세계약 갱신 요구해도

'객관적인 사유'땐 거절 된다지만

명확한 기준없어 분쟁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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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나이 마흔이 넘은 무주택자입니다. 서울 집값이 너무 올라 일단 전세를 끼고 집을 산 뒤 3~4년 차곡차곡 돈을 모아 내 집에 입성하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몇 달 뒤 세입자가 전세 만기가 되니 그때 전세금을 주변 시세만큼 올려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집을 매수했습니다. 그런데 ‘임대차 3법’이 소급적용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전세금을 5%밖에 올리지 못하면 저는 잔금을 치르지 못하게 됩니다.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집을 사는 계약금과 중도금에 넣었는데 계약이행을 못하면 위약금을 물어줘야 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 소급적용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소급적용으로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임대차 3법’ 개정안에 법 시행 이후 신규로 체결되는 계약뿐 아니라 갱신되는 계약에까지 적용된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법 시행 이후 계약을 갱신했을 때도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것이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임대차 3법 소급적용이 부당하다’는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발의안 보니 신고제만 신규 계약, 나머지는 소급
=임대차 3법은 전월세 신고제·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 과도한 임대료 부담으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세 가지 법안을 일컫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임차인은 계약 갱신을 통해 최소 4년간(2년+2년) 거주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고(계약갱신청구권제), 계약 갱신 때 임대료 증액 상한선이 5%로 제한(전월세상한제)된다. 또 임대차 계약이 이뤄진 지 30일 안에 계약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신고(전월세신고제)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 6일 발의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월세신고제 법안을 마지막으로 임대차 3법 개정안 발의가 마무리된 상태다.


서울경제가 이들 법안을 분석한 결과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의 경우 법 시행 이후 새롭게 체결되는 계약뿐 아니라 갱신을 앞둔 기존 계약에도 해당 법안이 적용된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 부칙에는 ‘개정 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동일한 내용의 부칙이 백혜련·윤후덕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도 포함됐다. 다만 박상혁 의원의 대표 발의한 전월세신고제 법안의 경우 부칙에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명시됐다. 박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소급적용이 아니라 신규 체결된 계약부터 법안이 적용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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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회의 발언하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최고위원회의 발언하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


◇기존 계약 연장 앞둔 임대인 난리=임대차 3법 중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기존 계약에까지 소급적용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임대인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기류가 포착된다. 여러 임대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급적용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임대차 3법을 신규 계약뿐 아니라 기존 계약에까지 소급적용한다는 것은 법 상식의 측면에서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는 주거안정을 위해 소급적용을 한다고 하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이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기존 계약 연장 시 소급적용을 하게 되면 집주인은 상한제가 적용돼 일정 요율 이상 임대료를 올리지 못한다. 전세보증금 인상이 제약되면서 재산상의 불이익을 받는다. 아울러 계약갱신청구권도 적용된다. 임차인을 내보내고 본인이 들어와 살려고 해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내 집인데도 거주를 못 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해당 법안을 보면 이 같은 점을 우려해 집주인이 계약갱신청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언급하고 있다. 현재 발의된 법안을 보면 임대료를 연체하거나 임차인이 주택의 전부나 일부를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등이다. 여기에 리모델링·재건축·재개발 등 건물 노후에 따른 주택정비가 필요한 경우 등에는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임대인이 임차주택에 실거주해야 할 객관적 사유가 있을 경우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객관적 사유의 세부조건을 시행령을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즉 세부 시행령이 어떻게 개정되느냐에 따라 다툼의 여지가 발생할 소지가 적지 않은 셈이다.

한편 임대차 3법이 소기의 목적인 임차인 주거안정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주장은 계속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임대차 3법으로 전세가 안정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해당 법이 시행되기 전에 전세가를 최대한 높여 부를 가능성이 높고 또 4년 치 상승분을 한꺼번에 올리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세 대신 월세가 급속히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


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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