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연금이 개편안을 내놓은 지 7년 만에 재차 개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군 복무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연금이 사실상 국민 세금에 의지해 운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데다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줘 지속 가능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20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군인연금 수입은 1조8,073억원, 지출은 3조3,646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입에서 지출을 뺀 재정적자는 무려 1조5,573억원을 기록했다. 재정적자는 곧 국가가 혈세로 보전해주는 금액인데 국가 보전금은 지난 2015년 1조3,565억원에서 연평균 3.7%씩 늘고 있다.
정부가 2013년 현역 군인인 가입자가 내는 군인연금 기여율을 월 기준 소득의 5.5%에서 7%로 인상하고, ‘받는 돈’에 해당하는 연금 지급률은 1.9%로 낮췄지만 재정 여력은 갈수록 후퇴하는 실정이다. 예정처는 올해 군인연금의 재정적자가 1조7,000억원에 달하고, 이는 2030년 2조5,000억원, 2040년 3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국방부 자체적으로는 2060년 국가 보전금이 8조9,768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장기 추계(2015년 발표)한 바 있다. 예정처는 “상대적으로 덜 내고 더 받는 유리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개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기준으로 퇴직연금 수급자 1인당 국가 보전금은 군인연금이 1,535만원으로 공무원연금(475만원)보다 세 배 이상 많다.
연금 재정 악화는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도 마찬가지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로 수급자가 빠르게 늘면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예정처에 따르면 올해 공무원연금 재정수지는 2조원가량 적자를 낸 후 꾸준히 늘어 2050년 17조2,000억원, 2090년 32조1,000억원으로 악화하게 된다. 사학연금도 2033년 적자로 돌아선 후 2048년이면 고갈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금들의 재정 악화는 기본적으로 적게 내는데(기여) 많이 받는(지급) 구조인데다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너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수술이 2015년 단행됐지만 구조적 개혁에는 못 미쳐 그 효과가 점점 축소되는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대적인 공무원 증원에 나선 것도 재정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예정처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의 가입자 대비 수급자 비율을 의미하는 연금 부양비는 올해 39.1명에서 2030년 45.3명, 2080년에는 95.7명까지 늘어난다. 재정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연금 개혁을 단 한번에 끝내려면 진통이 크기 때문에 5년 단위로 중기에 걸쳐 개혁을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