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권인 노무현·문재인 정부 8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값(25평 기준)이 8억원 이상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 때는 같은 평형 아파트 값이 1억여원 하락했고 박근혜 정부 때는 1억8,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각종 부동산 규제를 쏟아낸 진보정권에서 역설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부동산 문제를 시장 원리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제하려 한 부작용이라는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서울 집값 노무현·문재인 정권서 8억 껑충
분석 결과 문재인 정부(2017~2020년 5월 현재)와 노무현 정부(2003~2008년) 때의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8억2,000만여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28년간의 전체 상승액 중 74%가 문재인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승률로 보면 노무현 정부 때가 94%로 역대 정권 중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김대중 정부 73%, 문재인 정부 53%, 박근혜 정부 27%, 김영삼 정부 26%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강남 4구 아파트 값은 108% 올라 두 배 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명박 정부(2008~2013년)에서는 오히려 서울 아파트 값이 하락했다. 임기 초 7억6,000만여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값은 임기 말 6억6,000만여원으로 13%가량 하락했다. 경실련은 “이명박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고 분양원가 공개를 시행하는 등 정책을 통해 아파트 거래를 정상화시켰고 민간 분양가에서도 거품을 뺐다”고 밝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양극화 등을 개선하겠다며 각종 규제를 꺼내는데 이것이 오히려 부동산 값을 올리는 요인”이라며 “규제가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부동산 정책의 모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수정권의 경우 반대로 부동산 문제를 시장경제에 맡긴다”며 “원하는 곳에 공급하는 등 시장의 방향에 맞추다 보니 안정세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남-비강남 집값 격차 28년간 100배 늘어
경실련은 김영삼 정부 때인 지난 1993년부터 문재인 정부인 올해까지 28년 동안 서울 소재 34개 대규모 아파트 단지 8만가구의 시세 변화를 분석했다. KB부동산·네이버부동산 등이 시세 분석자료로 이용됐으며 25평을 기준으로 강남4구 18개 단지, 비강남권 16개 단지가 분석 대상이다.
우선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로 봤을 때 노무현 정부가 94% 올라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대중 정부(73%), 문재인 정부(53%)가 뒤를 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 서울 아파트값은 오히려 13% 감소했다. 강남과 비강남 간 아파트값 격차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강남과 비강남 차이를 분석한 결과 김영삼 정부 때 강남과 비강남의 격차는 900만원에 불과했지만 문재인 정부 때는 9억2,000만원의 차이가 발생해 100배 이상의 격차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3년간 비강남권 아파트값은 5억3,000만원에서 8억원으로 53% 올랐고 강남권은 11억4,000만원에서 17억3,000만원으로 52%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간 양극화는 더욱 커졌다. 경실련은 또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52% 올랐다는 발표에 국토교통부가 14.2% 상승했다는 해명자료를 낸 것에 대해 구체적인 통계근거를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근거를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주장했다.
실패한 정책 답습하는 정부
집권 초반부터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했던 참여정부는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높였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핵심으로 꼽히는 대출규제도 참여정부 때 처음 등장했다. 이런 고강도 규제는 현 정부에서 고스란히 답습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폭은 3주택 이상자 72%, 2주택자 62%로 높아졌고, 종부세 세율 상한도 3.2%에서 6.0%로 풀쩍 뛰었다. 대출규제 역시 9억원 초과 주택은 20%, 15억원 초과 주택은 ‘금지’로 바짝 죄었다. 참여정부는 뒤늦게 정권 말기인 2007년에야 총 260만가구의 장기임대주택 추가 공급 등 공급 확대에 나섰지만 집값 잡기에는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 때 집값이 하락한 이유는 주요 입지에서 공급을 대거 늘린 것이 주효했다. 무엇보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수도권 100만가구(30만가구는 그린벨트)를 포함해 총 15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가 핵심이었다. 이 가운데에는 강남권 그린벨트에서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도 있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입지에서 공급을 늘리고 수요 억제 위주 정책을 풀지 않는 한 집값 안정을 이룰 수 없다고 말한다. 조세저항 등 부작용만 키우고 매매가도, 전세가도 다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잦은 규제로 내성이 생겼기 때문에 정부가 고강도 규제를 내놓을수록 시장은 반발한다”며 “오히려 경제학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을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세금 중과 등 수요 억제로 집값을 잡은 사례는 없다”며 “주택공급 확대 등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6억 이하 서울 아파트' 50일새 3.5만가구 줄어
21일 서울경제가 부동산114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최근 50여일 동안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가 10%(3만5,000여가구)가량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114의 한 관계자는 “서울 외곽지역에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3억원은 4억원, 5억원은 6억원을 넘어서고 있다”며 “현재 추세로 볼 때 추가 상승은 쉽지 않아도 강보합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 가구 수는 34만6,859가구였다. 이는 5월 말(38만2,643가구)과 비교하면 9.4%(3만5,784가구)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 수에서 6억원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도 30.6%에서 27.7%로 2.9%포인트 감소했다.
이 같은 현상은 강북구에서 두드러졌다. 강북구의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5월 말 70.1%에서 56.2%로 13.9%포인트 감소했다. 5월 말 기준 5억원 후반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던 미아동 ‘북한산SK시티’ 전용 84㎡는 이달 1일 6억8,700만원까지 실거래됐다. 동대문구는 33.2%에서 22.3%로, 관악구 또한 47.5%에서 37.8%로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
실제로 저가 단지들의 경우 소형 매물을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성북구 정릉동 ‘정릉풍림아이원’ 전용 59.8㎡는 이달 9일 5억4,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4억~4억5,000만원 선에서 거래됐지만 매물이 사라지면서 호가가 덩달아 급격히 뛴 것이다. 강북구 번동 ‘해모로’ 전용 84.9㎡ 또한 이달 1일 5억4,500만원에 손바뀜됐다. 같은 평형이 지난달 20일 4억8,5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열흘 만에 6,000만원가량 뛴 셈이다. 499가구 규모의 성북구 돈암동 ‘돈암풍림’ 전용 59.6㎡도 지난달 말 5억3,85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거래가(4억3,000만원)와 비교하면 1억원 이상 올랐다. /심기문·권혁준기자 do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