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부채비율 7,200%…'빚덩이 자원공기업'
23일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에 구조조정 현황을 보고했다. 산업부는 지난 2017년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들 공사에 부채를 최소화하고 경제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이번 보고에서 석유공사는 올해 부채비율이 7,2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서 석유공사는 구조조정으로 올해 부채비율을 500%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했으나 되레 지난해(3,021%)보다 두 배 넘게 폭증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고위관계자는 “저유가에 코로나19 사태까지 예상치 못한 악재가 한꺼번에 닥쳤다”며 “공사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는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기 침체로 자구계획의 핵심인 자산매각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 들어 국제유가가 급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제유가가 70달러 이상일 때 영업이익을 낼 수 있으나 현재 40달러 수준에 머물러 물량을 팔수록 손해라는 것이다.
2016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광물자원공사도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는 재무개선이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가스공사 역시 유가하락에 따라 해외 투자사업의 수익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저유가 이중고에 구조조정은 '빨간불'
해외 자원 개발 실패로 빚더미에 앉은 주요 자원 공기업들의 자구 노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급증한 부채를 줄이려 알짜 자산까지 매물로 내놓았지만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마저 계속 악화하자 에너지 시장에서 ‘큰손’이 사라진 탓이다
해외 자산을 매각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은 광물자원공사도 마찬가지다. 광물공사는 지난해 구리광산인 코브레파나마를 매각하기 위해 본 입찰을 진행했으나 해외 업체들의 ‘가격 후려치기’로 유찰됐다. 정부가 자원 공기업이 보유한 해외 자산 일체를 매각하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입찰 참여사들이 너도나도 낮은 가격을 써냈기 때문이다. 광물공사는 계속 매수자를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자원 시장이 얼어붙어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자산 매각이 지연되면서 에너지 공기업들의 부채가 늘고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석유공사의 부채는 2018년 156억2,900만달러에서 지난해 156억6,000만달러로 늘었고 자본금 역시 6억8,300만달러에서 5억1,8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광물자원공사 역시 2015년 이후 6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는 재무구조 개선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외 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들 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모색할 방침이다. 해외 자원개발 주요 프로젝트와 공사의 재무 상황을 재평가해 구조조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점검·보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무개선 계획의 핵심인 자산매각이 미뤄지고 있어 공적 자금 투입 등 과감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재무개선은 구두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정부의 재촉이 별 효과가 없다”면서 “우량 자산을 헐값에 팔아치우는 것도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한지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