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저보고 인사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워낙 수준 높은 데이터를 잘 내다 보니 발언권도 세졌고 2년 연속 의장까지 맡고 있습니다.”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지난해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의료의 질과 성과(HCQO) 워킹그룹 의장에 재선임돼 2년째 주요 선진국 대표들을 이끌고 있다. HCQO는 OECD 보건위원회 소속으로 의료의 질 측면에서 보건의료 성과를 비교하고자 지난 2001년 출범했으며 매 홀수년마다 회원국 보건의료 질 통계를 발표한다. 한국이 본격적으로 HCQO에 참여한 2009년부터 활동한 김 원장은 말 그대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당시만 하더라도 HCQO에서 한국은 변방의 신생 참여국에 불과했다. 그해 심근경색증 사망률을 발표할 때도 한국은 멕시코에 이어 뒤에서 두번째에 위치할 정도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전 국민 건강보험과 주민번호를 토대로 한 탄탄한 보건의료 데이터는 순식간에 한국을 주요국의 지위로 올려놓았다. 김 원장은 “전 국민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며 “사람에 대한 정보와 사망 여부까지 연계할 수 있는 한국의 데이터를 제공하자 다르게 보기 시작했고 이제는 의장국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국내 보건의료 수준이 나날이 높아진 점도 한몫했다. 대표적인 게 암환자가 진단 후 5년 동안 생존할 확률로, 한국은 2010~2014년 기준 대장암 71.8%, 직장암 71.1%, 위암 68.9%로 OECD 회원국 평균인 62.1%, 60.6%, 29.7%를 크게 웃돌며 가장 우수한 국가에 속했다.
한국의 의료 질 관리가 선진국 수준까지 뛰어오르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김 원장은 “이제 주요국들은 치료뿐만 아니라 환자 관점에서 바라본 경험 평가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임상적 효과성을 열심히 따라갔더니 (선진국들은) 또 훌쩍 앞서 가 있다”고 전했다. 김 원장 역시 이런 추세에 맞춰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얼마나 친절한 서비스를 받고 충실한 상담을 받았는지 등 환자 중심의 평가를 강화할 방침이다. 그는 “심사평가원은 의료의 질이 무엇인지 담론을 이끌어내 측정을 통해 실제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보건의료 분야 리더가 되도록 데이터 구축과 시스템 혁신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