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주 히로시는 일본의 스타 화가다.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이탈리아의 눈지오, 오스트리아의 리하르트 크리세, 한국의 전수천과 함께 특별상을 받았다. 당시 일본 작가로는 처음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상을 받으며 일본은 물론 세계 미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한국의 광주를 비롯해 중국 청두, 이탈리아 밀라노 비엔날레 등에 출품했고, 스위스 바젤, 호주 시드니, 미국 뉴욕 등에서 수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또 그는 현역 작가로는 드물게 본인의 이름을 단 미술관도 갖고 있다.
센주 히로시의 작품 세계는 ‘폭포’로 대변된다. 그의 작품 세계는 조용하고 경건하다. 물을 생명의 근원이라 생각하는 그가 그린 폭포 앞에 서면 자연스레 명상의 시간을 갖게 된다.
또 센주 히로시는 BTS(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과거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일본 작가로 몇 차례 꼽으면서 BTS팬인 아미들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RM은 바쁜 스케줄에도 미술관을 종종 깜짝 방문할 정도로 미술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M은 최근에도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김보희 작가의 전시회에 직접 다녀간 바 있다.
이처럼 대형 캔버스 위에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를 그려 국내외 많은 미술 애호가들의 시선을 사로 잡아온 센주 히로시는 과거 그림책 한 권을 그린 적이 있다. 딱 한 권이다. 제목은 ‘별이 내리는 밤에’. 1994년 세상에 처음 나온 이 책에는 별똥별을 따라가는 아기 사슴이 등장한다.
아기 사슴이 하룻밤을 바깥세상에서 보낸 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런 글이 없다는 점이다. 아기 사슴은 그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림 속에서 이동할 뿐이다. 그래서 책을 보는 이는 아기 사슴을 따라가면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다시 스스로 답을 내놓으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즉, 100명이 보면 100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낸 출판사 열매하나는 “센주 히로시의 오래 전 그림책을 국내에 소개하고 출간하는 이유는 여전히,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자연과 우주에 대한 우리의 감각과 상상력이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방황의 흔적을 모아보면 결국 우주와 연결된다”고 말했다. 36페이지.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