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 전반을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로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손실을 모두 상쇄했다. 두달여 전 1만선을 넘어선 나스닥지수는 잠시 숨고르기를 한 후 연일 전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아마존·애플·테슬라 등 기술주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과 경제난 속에 이 같은 미국증시의 고공행진은 거품일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S&P500은 전날보다 7.79포인트(0.23%) 오른 3,389.78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81.12포인트(0.73%) 상승한 1만1,210.84에 마감했지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66.84포인트(0.24%) 내린 2만7,778.07에 거래를 끝냈다.
이날 S&P500은 지난 2월19일 세운 종가 기준 최고치인 3,386.15를 웃돌았다. 당시 장중 최고치인 3,393.52도 상회했다. S&P500은 2월19일 최고치를 찍은 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급락했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QE)에 수조달러대의 경기부양책이 더해지면서 상승을 거듭해왔다. S&P500은 3월23일 52주 최저치를 기록한 후 50% 이상 급등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이 같은 급격한 지수상승으로 S&P500은 역대 최단기간인 148일 만에 약세장(베어마켓)에서 탈출하는 기록도 세웠다. 종전 기록은 1967년의 310일이었다. 3월 초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약세장으로 전환했던 나스닥과 S&P500은 반년도 안 돼 다시 최고점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코로나19 이후 기술주가 주목받은 것도 한몫했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27% 이상 상승했고 알파벳은 14%, 아마존은 78% 이상 폭등했다.
월가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앞으로 얼마나 지속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포토맥웰스어드바이저의 마크 아발론은 “단기적으로는 새 기록이 중요하지만 더 큰 문제는 거기에 머무를 수 있느냐”라며 “이번 랠리에 다른 자산과 주식을 비교해보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는 나쁜 뉴스를 지나간 소식으로 보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코로나19 과정에서 억눌린 수요가 있다고 보고 낮은 금리는 기업의 비용을 줄이며 높은 실업률도 기업의 비용을 낮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술발전도 비용절감에 도움이 되는데 이를 종합하면 내년에 실적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동안 상승세를 보였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전날 연 0.683%에서 이날 0.662%로 떨어졌다. 앞서 0.5%대의 역대 최저치보다는 약간 높지만 여전히 0.6%대의 최저 수준이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J J 키나한은 “지금 사람들은 대안이 없다”며 “기껏해야 0.7% 수준의 금리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고령화로 은퇴자들은 돈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주식에 돈을 넣게 된다”며 “배당금으로 1%만 받아도 채권금리”라고 전했다.
첨예해지는 미중 갈등이 증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스티브 시버론 페더레이티드헤르메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는 큰 이슈다. 두 나라가 기술과 산업혁명을 두고 싸우고 있다”면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주식은 미래 현금흐름의 가치인데 만약 기업들이 지적재산을 관리할 수 있게 되면 그들의 가치는 더 높아진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미국의 35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받은 실질적인 수입이 평균 2,130만달러로 일반 근로자의 320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이들 기업 CEO가 지난해 스톡옵션을 포함해 수령한 총액이 전년보다 약 14.0% 증가했다고 밝혔다. 1989년 근로자의 61배였던 CEO의 수입은 2018년 293배를 거쳐 이번에 300배를 넘어섰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