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시장을 중국산 등 수입재가 잠식하면서 한국 철강산업의 생산기반과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포스코가 발간하는 매체인 ‘포스코뉴스룸’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약 3,000만톤의 철강을 수출해 세계 3위를 기록했지만 동시에 약 1,600만톤을 수입해 세계 5위 철강 수입국이 됐다. 특히 한중일 동북아 3국 간 교역에서는 한국이 유일한 철강 순수입국이다.
지난해의 경우 철강 수출(-0.2%)과 내수(-0.9%)는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수입은 9.2% 증가했다. 특히 중국산 수입은 12.5% 증가해 수입 비중의 절반(50.6%)을 넘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국내로 들어온 중국산 철강재는 재가공돼 어디론가 판매된다”면서 “이는 한국을 ‘중국 철강재 우회 수출 기지’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전체 수입물량 8,498톤 중 약 60%를 차지한 판재류의 경우 전문압연업체(리롤러) 수입 비중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는 수입 철강재가 국내로 들어와 조선·건설·건재·강관·차·가전 등 실수요업체에 직접 판매되는 비중보다 재압연돼 어디론가 다시 판매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지난 몇 년간 한국을 중국 철강재의 우회 수출 기지로 의심해 한국에 무역구제 조치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산 철강재 수입도 크게 늘었다. 내수 시장 부진으로 인근 한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일본산 열연 가격은 지난 7월 톤당 400달러로 중국산보다 47달러나 낮게 판매되기도 했다. 국내에 유입되는 수입재의 영향으로 한국 철강사들은 오랫동안 생산 물량을 국내가 아닌 수출로 소화해야 하는 기형적인 수출입 구조가 고착돼왔다.
전통적인 소재부품장비 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은 자국 시장에서 철강 수입 비중이 각각 16%와 10%에 그치지만 한국은 31%에 이른다. 철사·철조망·못·철선 등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원재료인 연강선재 가공산업은 중국산 제품에 시장이 이미 잠식됐다. 이로 인해 국내 철선 생산량이 2006년 56만톤에서 2019년 38만톤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한다면 연강선재로 생산하는 스프링 등 고급 제품의 생산기반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층 빌딩, 공장, 체육관 등의 기둥재 등으로 사용되는 건설자재인 H형강도 2010년 이후 중국산 H형강 덤핑 물량이 쏟아져 들어오며 2015년에는 국내 시장의 30% 이상을 잠식했다. 포스코뉴스룸은 “수입재 국내 시장 잠식은 국산 철강 제품들의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생산기반을 약화할 것”이라며 “국내 철강산업과 수요산업이 협업해 동반 성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제시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