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오바마 닮은꼴’을 고용해 그를 모욕한 뒤 해고하는 내용의 영상을 촬영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0여 년 간 트럼트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일했던 마이클 코언은 오는 8일(현지시간) 출간될 ‘불충한, 회고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실화’(Disloyal, A Memoir : The True Story of The Former Personal Attorney to President Donald J.Trump)에서 이런 사실을 폭로했다고 CNN방송이 6일 보도했다. 코언은 변호사이자 ‘해결사’로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했던 인물이다.
코언은 회고록에서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이전부터 버락 오바마와 닮은 연기자를 고용해 영상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첫 흑인 대통령을 비하한 뒤 그를 해고했다”고 폭로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모욕하는 영상을 찍기 위해 일종의 ‘그림자무사(가게무샤)’를 고용했다는 충격적인 폭로다.
‘해고’는 대통령이 되기 전 트럼프를 상징하는 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진행한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에서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유행어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코언은 당시 고용됐던 흑인 남성의 이름이나 비디오가 촬영된 구체적인 날짜는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코언은 회고록에서 책상 앞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을 닮은 흑인 남성이 미국 국기 모양의 핀을 옷깃에 단 채 맞은편에 앉아있는 모습의 사진은 공개했다.
사진 속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에는 책 두 권이 놓였는데 그중 하나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름이 커다랗게 찍혀 있다고 CNN은 전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헤어스타일에 얽힌 비밀도 공개했다.
한쪽 머리를 반대쪽으로 빗어 넘겨 ‘널어놓는’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 모양에 대해 “이런 3단계 헤어 스타일은 1980년대에 실패한 모발이식 수술로 인해 두피에 남은 보기 흉한 흉터를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샤워를 마친 직후에 만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머리를 손질하기 전에는 그의 염색한 금발 머리 가닥이 어깨 아래로 머리 오른편과 등까지 내려가 있었다”고 썼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륜 상대 여성들에 대한 입막음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선거 자금법을 위반하고 이후 의회에 위증한 혐의 등으로 2018년 3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가석방돼 가택 연금된 상태다.
코언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그가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에 협조하면서 돌이킬 수 없이 악화했다.
그의 가장 신랄한 비판은 미국의 언론을 향해 가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 입성시킨 것은 그의 관심 끌기 전략에 속아 넘어간 언론이라는 것이다.
코언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직은 공짜(free) 언론의 산물”이라며 “지지 대회 실황 중계, 트윗들, 기자회견들, 멍청한 인터뷰들, 24시간 일주일 내내 다뤄지는 집중 보도 모두 단 한 푼 쓰지 않고도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짜 언론이 미국에 트럼프를 선사했다”며 “우파, 좌파, 중도, 타블로이드, 기성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페이스북이 바로 트럼프를 당선시킨 장본인이며 또다시 그를 당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회고록에서 코언은 감옥에서 지내면서 “나는 트럼프가 절대 대통령직에서 조용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도 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마이클 코언은 명예가 실추된 범죄자이자 의회에 위증하고 변호사 자격이 박탈된 사람이다. 그는 신용을 모두 잃었고 거짓말로 이득을 취하려는 최근의 시도가 놀랍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