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상을 앞둔 태풍 ‘하이선’이 일본 규슈 지역을 강타하면서 도요타, 닛산 등 자동차 공장이 잇따라 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나섰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하이선의 영향으로 일본 남부 규슈에 위치한 자동차 공장들이 잇따라 가동을 멈추고 있다. 도요타와 닛산은 이날 조업을 멈췄으며 이들 회사의 부품 회사들도 가동 중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닛케이는 “규슈는 일본 자동차 생산 대수의 20%를 차지해 관련 산업이 집적해 있다”면서 “다만 생산 설비나 직원의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이날 미야타공장을 비롯해 3개 공장의 조업을 취소했다. 직원들에게 출근을 하지 말라고도 당부했다. 8일 이후 가동에 나설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야타공장에서는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가 생산되는 등 지난해에만 44만6,991대가 만들어졌다. 기타규슈시에 위치한 고쿠라공장에서는 하이브리드 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며 후쿠오카현 내 카리타공장에선 엔진을 만든다. 규슈 공장에서 근무하는 도요타 직원은 총 1만750명에 달할 정도로 입지가 크다.
혼다 역시 오토바이 등 이륜차를 생산하는 구마모토 공장의 가동을 정지했다. 이곳의 지난해 이륜차 생산대수는 23만대에 달했다. 혼다 계열의 부품사인 야치요공업과 무사시정밀공업도 규슈에 있는 거점의 경우 이날 휴업하기로 했다.
닛산의 후쿠오카현 공장도 이날 가동이 중단됐다. 마츠다 역시 히로시마시 공장과 야마구치현 공장을 지난 6일부터 이날에 걸쳐 정지했다. 다이하츠의 규슈지역 공장도 이날 조업을 멈췄다. 닛케이는 “2018년 기준 큐슈 지역 내 자동차 생산 대수는 전년 대비 2.3% 증가한 약 143만6,000대로 4년 연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올해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도 겹치면서 약 141만대 생산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하이선은 7일 오전 5시 기준 나가사키현 쓰시마시의 남남서 80㎞ 해상에서 시속 35㎞로 북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이선은 중심기압 945hPa(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 풍속 45m, 최대 순간풍속 60m를 유지하면서 중심 동쪽 280㎞, 서쪽 165㎞ 이내에서 초속 25m 이상의 폭풍을 동반하고 있다.
현재 나가사키현을 포함하는 규슈지방 거의 전역과 야마구치현 등 주고쿠 지방 일부가 폭풍권역에 들어 있다. 이날 오전 2시께 나가사키시의 노모자키에서는 일본 기상청의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강한 59.4m의 순간풍속이 관측됐다.
하이선은 이날 오전 3시 30분께 사가시에서는 41.6m의 최대 순간 풍속을 기록하는 등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한반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풍속이 40m 이상이면 주행 중인 트럭이 넘어지고, 60m 이상이면 가옥을 무너뜨릴 수 있는 수준이다.
일본 기상청은 태풍에서 가까운 규슈 외의 넓은 범위에서 대기 상태가 불안정해져 비구름이 발달하고 있다며 호우 피해에도 대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호우로 산사태 등 재해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 나가사키, 미야자키, 구마모토, 도쿠시마현 등에는 토사 재해 경보가 발령됐다. 정전 사태도 잇따라 가고시마현 전체 가구의 20% 이상에 해당하는 약 23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규슈 지역 전체로는 총 46만4,000여 가구가 정전 사태를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