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당초 예보와 달리 영남지역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북상하면서 부산과 경남·울산 지역에 피해가 잇따랐다. 7만5,000여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고 곳곳에서 가로수가 쓰러지거나 도로가 침수됐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당초 부산 동쪽 동해안을 따라 북진할 것으로 예상됐던 하이선이 이날 오전9시께 울산 남쪽 해안에 상륙했다. 중심 최대풍속 초속 32m의 중간 세기 태풍으로 약화된 태풍은 경남 울진과 경북 포항을 거친 뒤 오후1시30분께 강릉 북쪽 20㎞ 해상으로 빠져나갔다.
하이선이 동해안 내륙지역을 따라 북상하면서 포항 구룡포에는 최대 순간풍속 초속 42.3m의 강풍이 불었고 부산에서도 32.2m의 강한 바람이 측정됐다. 제주 선흘은 누적 강수량 560.5㎜를 기록했고 경남 양산 296㎜, 울산 삼동 252.5㎜, 경남 거제 222.1㎜ 등 영남지역에 비가 집중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하이선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이날 오후7시30분 기준 실종 2명, 부상 5명이다. 강원 삼척시에서 석회석을 채굴하던 40대 남성이 불어난 빗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경북 울진에서도 트랙터로 하천을 건너던 6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는 사고를 당했다.
시설피해는 공공시설 423건과 사유시설 362건을 합쳐 모두 785건으로 집계됐다. 공공시설로는 도로침수 80건, 항만파손 9건 등의 피해를 입었다. 사유시설 피해는 주택 침수·파손 110건, 차량 침수 3건, 간판 파손을 비롯한 기타 144건 등이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모두 7만5,237세대가 정전 피해를 겪었다. 이날 오전8시38분과 9시19분에는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2·3호기 터빈발전기가 차례로 정지됐다. 경부선 동대구~부산 구간 등 철도 9개 노선의 운행이 중단됐고 항공기는 공항 7곳에서 76편이 결항했다. 지리산과 속리산 등 국립공원 21곳, 607개 탐방로도 입산이 금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태풍 하이선 피해와 관련해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태풍 피해에 대한 응급복구를 빠르게 추진하라”며 “피해가 큰 지역은 추석 전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피해조사도 신속히 마쳐달라”고 지시했다.
한편 태풍 하이선이 지나가면서 제11호 태풍 ‘노을’이 태풍으로 발달할 수 있어 기상청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 태풍이 되기 전인 열대저기압 단계이지만 태풍으로 발달한 뒤 한반도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