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등의 정책에 반발해 무기한 집단휴진을 이어왔던 전공의들이 8일 18일 만에 의료현장으로 대부분 복귀했다. 수술·외래 스케줄은 밀려 있는 환자들의 일정을 조정해야 해 완전 정상화되기까지는 1~2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로 선출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집단휴진 중단 결정에 이의를 제기한데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가 의사국가시험 거부에 따른 의대생의 피해가 발생하면 다시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어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11시 기준 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병원 등 전국 34개 병원 전공의들이 수련 병원에 복귀했다. 보건복지부 측은 이 날 전체 9,653명의 전공의 중 67.3%가, 2,536명의 전임의 중에는 98.7%가 업무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복귀한 전공의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시작으로 인수인계 절차를 거쳐 진료 현장에 투입됐다. 단체 행동을 벌이는 동안 외부 활동이 잦았고 여러 사람이 밀집한 장소를 방문했을 가능성이 높아 사전에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일부 전공의가 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세브란스병원에서도 9일까지 모든 전공의가 의료현장에 복귀하기로 했다.
각 병원은 수술·외래진료 스케줄을 조정하고 당직표를 새로 짜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내며 의료인력들의 피로도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휴진으로 50대 교수들이 응급실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등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전공의 복귀로 원활한 진료와 수술 등이 가능해져 활기가 도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환자들 역시 전공의들의 복귀를 환영했다.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한 60대 환자는 “집단휴진 기간에 정상적인 진료에 대한 불안함이 있었는데 복귀한다니 다행”이라며 “안 그래도 업무가 과중한 상태에서 코로나19까지 겹쳐 고생하는 의료진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나 다시 집단휴진에 돌입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전공의들이 복귀를 거부해 여전히 집단휴진을 이어가는 병원들도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불씨는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 사태다. 여당과 정부는 이날도 “추가 접수는 없다”는 기존 강경 방침을 그대로 고수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대생도 성인”이라며 “더 이상 구제책을 내놓기 어렵다”고 못 박았고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 역시 “의료계의 구제 요구는 비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의협과 대전협은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을 구제하지 않으면 다시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고 압박했다.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전국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국시 거부와 동맹휴학 등 앞으로의 집단행동 방향에 관한 투표를 진행했다. 다만 국시를 둘러싼 강대강 대치를 풀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의대생들이 투표를 통해 국시를 치르기로 결정하고 확실한 의지를 보인다면 정부도 대안을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의료계와 여당·정부 간 합의가 이행될 수 있도록 의대생과 정부는 서로에게 명분을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원장은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의대생들이 입장을 바꿔 시험을 치르기로 한다면 정부도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며 “결정만 하면 원활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실기시험도 준비해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