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비극 딛고 일어서는 인간의 힘을 말하다

김금희 작가 두 번째 장편 ‘복자에게’

제주 의료기관 실제 산재사건 모티프



제주는 맑고 푸르다. 하늘과 바다, 산과 바람이 모두 그렇다. 하지만 제주의 자연은 때로 보드랍게 인간을 어루만지다가도 어느 순간 무서우리만치 거칠어진다. 그 변화무쌍한 자연 속에서 외지인들은 제주 사람들의 한과 슬픔을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짐작’일 뿐이다. 오랜 동안 기록으로, 혹은 불안한 목소리로 구전된 아픈 사연을 접해도 그 땅을 내내 밟으면서 살아본 적 없는 이들에게는 어렴풋한 느낌으로 다가올 뿐이다. 그래도 인간의 슬픔과 절망, 위로와 재기는 보편의 영역이 아니던가. 조금 더 단단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면 공감대는 넓어지고, 이해는 깊어진다.


제주를 배경으로 한 김금희 작가의 신간 소설 ‘복자에게(문학동네 펴냄)’가 그렇다. 소설은 그 어느 지역보다 여성이 열심히 일하는 섬 제주를 배경으로, 개인의 인생이 꺾이고 무너지게 만든 실패를 이야기한다. 물론 소설에서 실패가 흉터로 남지만은 않는다. 김금희 작가는 단단히 마음 먹고 상처를 직시함으로써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전작들에서처럼 신간에서도 작가는 비극을 딛고 일어서는 ‘인간의 힘’을 보여준다. ‘작가의 말’에서 김금희는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 계속되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 독자들에게 전한다.





한동안 제주에 직접 머물렀다는 김금희는 그때 받은 영감으로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제주의 한 의료기관에서 벌어진 실제 산재 사건과 관련 소송을 모티프로 했다. 제주4·3, 국정농단사건, 판사 블랙리스트 파문 등 다양한 사회적·역사적 사건 등도 배경으로 깔려 있다. 작가는 일련의 사건들을 담담하고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소설은 8월 한 달 동안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작가의 육성 낭독으로 출간 전 연재됐고, 그 기간에 예약판매로만 3쇄까지 제작됐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레저부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더보기

이기사의 댓글(0)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