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열풍으로 치열해진 경쟁률 탓에 목돈을 예치하지 않고는 공모주를 받기 힘들어지며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신규 상장기업 투자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총 18개 회사가 스팩 합병을 통해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지난해 총 15개 회사가 스팩 합병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것을 넘어섰다. 이중 자진 철회한 두 건을 제외하고 9건이 올 들어 승인을 받았다.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에 나서는 기업의 경우, 최소 9개월이 걸리는 직상장보다 청약 과정을 3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검증 과정도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시중 자금이 증시로 쏠리고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적절히 유동성 장세를 활용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저금리와 시장 변동성 확대 속 일반 청약의 최대어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이후 한동안 대어가 사라지며 유동성이 스팩 시장을 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팩 투자의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소액으로 상장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카카오게임즈 청약의 경우 투자자는 증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1주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840만~1,080만원을 넣어야 했지만, 스팩은 주가가 보통 공모가 2,000원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합병 공시를 하지 않은 스팩의 경우 상장 3년 내 합병하지 않으면 청산해야 하는데, 이때 원금과 예탁금 수준의 소액의 이자까지 되돌려 받는다.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과 합병을 공시한 스팩이나 현재 공모가 2,000원을 밑돌고 있어 확정수익이 보장되는 스팩은 저위험에도 고수익 기대가 가능한 투자처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예를 들어 지난 6월23일 국전약품과의 스팩합병을 공시한 대신밸런스 제6호 스팩의 경우 지난 4일 거래 재개된 후 11일까지 6거래일간 97% 급등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IPO 대어로 거론되는 카카오뱅크나 크래프톤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내달 8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청약금 환불이 마무리되면 청약 열풍으로 존재감을 각인한 시중 유동성이 스팩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