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절벽으로 지난 4월 가동을 중단했던 울산공장의 파라자일렌(PX) 생산설비 2개 중 1개를 최근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팔면 팔수록 손해였던 상반기에 비하면 다소 상황이 나아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발(發) 공급 증가 우려에 코로나19에 따른 전반적인 석유화학제품 수요 둔화까지 더해지며 수익성 개선 가능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14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4월 가동을 중단했던 울산공장 PX 공정 1개를 이달 초 5개월 만에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롯데케미칼은 원유정제 과정에서 나온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해 총 2개 설비에서 연간 75만톤의 PX를 뽑아낼 수 있는 생산능력(캐파)을 보유하고 있다. PX는 페트병과 섬유 원료 중 하나인 폴리에스테르(polyester) 제조에 주로 쓰인다. 방향족(아로마틱) 계열의 대표적인 고부가제품으로 꼽힌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설비 가동률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남은 1개 PX 설비에 대한 재가동 여부도 시장 흐름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이 PX 생산설비 일부 재가동에 들어간 것은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상반기보다는 시장 여건이 나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원료인 나프타와 제품인 PX 간 가격 차이인 스프레드는 최근 톤당 120~130달러까지 올라왔다. 코로나19 직전 스프레드가 톤당 250달러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예전만 못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모양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바닥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해 말 PX 가격은 톤당 800달러를 넘는 수준이었다. 원료인 나프타와 제품인 PX 간 가격 차이인 스프레드는 톤당 252달러였다. 하지만 올 1·4분기부터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가격이 고꾸라졌다. 톤당 가격은 올 3~5월 400달러 중반까지 추락했다. 이에 따라 PX 스프레드는 3월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국제유가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도 하락했지만 그보다 수요가 더 크게 쪼그라들면서 제품 가격이 하락해 시황이 악화한 것이다.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증설 우려도 한몫했다.
가동 중단까지 일어나면서 생산량은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친다. 롯데케미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 상반기 PX 생산량은 22만9,000톤으로 목표치인 37만4,000톤 대비 61%에 그친다. 롯데케미칼은 PX 설비뿐 아니라 4월 메타자일렌(MeX) 2개 설비의 가동도 중단한 상태다. 이 설비는 아직 재가동 시점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자일렌 역시 PX와 마찬가지로 방향족 석유화학제품이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발 공급 부담 확대로 PX와 벤젠 등 방향족 제품 스프레드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