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3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살인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애초 검찰은 살인 혐의 적용이 무리라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관련 판례들을 살펴보는 등 수사 결론을 단정 짓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김형수 부장검사)는 이 총회장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앞서 박 전 시장과 서울시는 3월1일 이 총회장을 비롯한 신천지 지도부를 살인·상해·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었다.
당시 박 전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국면에 방역당국에 제출할 신도 명단을 누락하는 등 방역당국에 협조하지 않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형법 18조는 위험 발생 방지 의무가 있거나 자신의 행위로 인해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는 사람이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않을 경우 처벌한다고 명시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고발장을 받고 살인 혐의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또 검찰은 신천지에 대한 당시 비판 여론이 거세 민감한 수사였던 만큼 시간을 두고 수사 결론을 내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검찰은 다시 이 사건을 살펴보기 위해 관련 판례들을 연구하고 있다. 신천지 지도부의 감염 확산에 의도성을 인정한 판례가 있는지 보기 위해 우선 검찰은 미국 판례들로 눈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미국은 에이즈 감염자가 감염을 확산시킬 의도를 갖고 다수와 성관계를 했다고 인정한 판례들이 있다”며 “이 판례들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다투는 재판에서도 일반 투자자에게 피해를 확산시키려는 의도성이 있었느냐를 입증할 때 쓰일 정도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국내 판례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2009년 청주지법 2심 선고에서 비슷한 판결 내용이 담겨 있다. 이 판결은 에이즈 감염자인 A씨가 6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감염 예방조치 없이 가져 감염을 확산시킨 것이 의도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도 2심 선고를 그대로 유지했다.
한편 이만희 총회장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총회장은 지난 3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총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국민들에게 염려를 끼쳐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