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보수 가치는 시장경제·성장·복지…경제민주화와 병립 어려워"

['경제민주화 우상'에서 벗어나라]

■'김종인표 좌클릭' 왜 문제인가

기업 효율성 극대화에 규제 가해

국가 경쟁력 증진시킬 수 없어

다중대표訴, 국가 권력만 키워

유럽선 철지난 '정치 개념'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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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기업규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을 또다시 지지하고 나서면서 ‘보수진영’의 정체성을 강타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과거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경제민주화 카드를 제안할 때와 달리 구체적으로 특정 법안을 지지하면서 보수 정당의 가치가 과연 경제민주화라는 정치 구호와 양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이구동성으로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이 이미 지난 1930년대 유럽 일부 국가에서 논란만 불러일으킨 해묵은 논쟁일 뿐만 아니라 보수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의원총회 등의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경제민주화에 대한 아집을 멈출 가능성이 작아지자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경제민주화’라는 가치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은 우선 경제민주화와 보수의 정체성이 지향하는 지점이 전혀 다르다고 진단했다. 현재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기업 규제 3법의 경우 기업 경영권마저 흔들 수 있는 상황에서 국가와 사회의 생산성 향상과 효율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보수진영의 지향점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 원장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보수의 기본 입장은 생산성을 확대하고 확대된 생산성이 많은 사람들의 복지 혜택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라며 “보수의 가치는 생산성 확대, 시장경제로 표현돼야 한다. 사회 전체의 ‘부’를 늘리는 게 보수의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을 경제순환의 효율성을 높이는 주체로 봐야지 적대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최근 악화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에 등을 돌리라는 의미도 아니다.


김 원장은 이어 “(경제민주화는) 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에 규제를 가한다는 점에서 보수의 기본가치와 맞지 않고, 결과적으로 생산성 확대와 생산성을 위한 창의력 확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장은 특히 “경제민주화는 국가 경쟁력을 증대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형평성까지도 저해하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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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표 경제민주화를 두고 당 내부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병준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당의 전면에 내세우기 전에 대기업을 무소불위로 처벌할 수 있는 국가 권력부터 줄여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는 정부의 상법 개정안과 김 위원장이 2016년 발의한 상법개정안에 포함된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만큼 연기금을 통한 국가권력의 비대화 가능성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정부가 제출한 상법 개정안의 경우 모회사 주주가 상장사 지분 0.01%를 6개월 이상 보유할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일자리 창출과 세금납부 등 황금알을 낳아 주는 거위를 죽일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라고 비판한 뒤 “기업의 기를 최대한 살려주고 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경영권 감시를 위한 감사위원 분리 선임제도가 악용될 경우 경영권이 흔들려 기업이 성장을 통한 고용 확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 법인세 납부를 통한 국가 전체의 복지 혜택 확대 등의 선순환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무위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국가경쟁력을 약화하는 독소조항이 있는지 종합해서 세밀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라는 화두 자체가 철 지난 ‘정치 레토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송지원 스톡홀름경제대 박사후 연구원은 “1930~1940년대 유럽 일부 국가에서 자본주의를 견제하려던 목적에서 시도된 해묵은 논쟁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송종호·박진용·김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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