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는 이름 그대로 포구의 이름이다. 조선시대 마포나루 인근 ‘삼개’로 불리던 마을을 한자로 그대로 옮겨 적어 마포(麻浦)가 됐다. 역사를 담은 오래된 가옥과 상점들과 나란히 고층건물이 들어섰고, 번잡한 상업시설에서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적한 마을 뒷산과 숲길, 아기자기한 동네 길이 반기는 곳.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마포구에서 여행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도보 관광코스를 서울관광재단이 소개한다.
먼저 경의선숲길은 도심 속 힐링 산책로다. 경의선 폐철로 구간을 공원화해 용산구 용산문화센터에서 마포구 가좌역까지 총 6.3㎞를 연결한 이 길은 마포구 중심을 종단하며 관광명소를 두루 거치는 알짜배기 코스다. 경의선숲길은 전철역을 기준으로 네 개 구간으로 나뉘는데 공덕역의 염리동·대흥동 구간은 왕벚나무·산벚나무가 우거진 산책로와 근린공원으로 조성됐다. 산책로 옆길에는 근대한옥을 카페와 식당으로 개조한 가게들이 많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아현동은 조선시대 문헌에도 등장하는 오랜 동네다. 지금은 아현역 일대 뉴타운 개발로 신축 아파트 대단지가 들어섰는데 아현역과 애호개역 사이의 골목길인 ‘아현동 고갯길’을 걷다 보면 재개발 전후의 동네 변천사를 엿볼 수 있다. 아현역 근처 손기정로와 환일길 일대 골목에는 재개발 전의 서민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배경이 된 곳이다. 영화 초반 기우(최우식 분)가 동네 슈퍼에서 민혁(박서준 분)을 만난 장면과 중반부 기정(박소담 분)이 복숭아를 사 들고 박 사장 집으로 향하던 장면을 아현동 고갯길에서 촬영했다.
마포나루길은 조선시대 한강을 주름잡던 마포나루와 이 일대에 살았던 당시 인물들의 자취를 더듬어 걷는 길이다. 옛 마포나루터에서 흥선대원군과 토정 이지함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장통 노포에서 식도락을 즐기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고고학자가 유적지를 발굴하듯 표지석만 남은 옛터에서 이야기를 엮어가는 재미가 있다. 이야기의 중심인 아소당터(아소정터)는 흥선대원군의 별장터다. 흥선대원군은 말년을 보낼 별장과 자신의 묘소를 길지에 조성했다. 지금 그 자리는 동도중학교와 서울디자인고등학교의 정문 옆 작은 공터로 남아 있다.
성미산 동네 길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서교동·연남동·상암동·망원동과 접했지만 한산한 곳이다. 해발 66m에 불과한 성미산은 주민들이 즐겨 찾는 힐링 명소다. 망원역 2번 출구는 망원시장과 망리단길로 이어지는데 망리단길의 자그마한 식당과 카페·책방·빈티지숍 등이 뿜어내는 서민적인 분위기가 외지인에게 매력으로 다가온다.
도심을 벗어나고 싶다면 한강변의 월드컵공원을 추천한다. 도심 속 공원이지만 교외로 나들이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다만 이 코스는 계단을 제외한 총거리가 8㎞가 넘고 대부분 그늘이 없는 시멘트 길이라 피로도가 높은 편이다. 가벼운 산책을 원한다면 녹음이 우거진 하늘공원 아래 메타세쿼이아 숲길(희망의 숲길)과 난지천공원만 걸어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