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해마다 두세 번씩 가는 편이지만 이상하게도 우도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3년 전에는 우도 해녀들을 취재하러 갔다가 제주 입도 후 풍랑이 거세 배가 못 뜨는 통에 결국 제주 본섬에만 머물다 온 적이 있다. 이번에도 항공권을 예약한 후 기상을 살펴보니 취재 날짜의 일기가 좋지 않았다. 우도를 안내해주기로 한 김철수 우도협동조합 이사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 역시 “배편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래도 항공편 예약을 한 터라 일단 제주로 향했다.
공항에 내려 성산여객터미널로 전화를 하니 “우도 배편 운항 중”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단숨에 성산항으로 차를 몰았다. 배를 타고 우도로 들어가는 길에 뱃전에 나섰더니 얼굴을 때리는 바람의 세기가 만만치 않았다. 파도에 따라 뱃머리가 들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15분 남짓한 뱃길이라 멀미 없이 금세 우도 땅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 억겁의 ‘숨’
수백만년 전 모습 그대로 간직한
‘한반도 여·후해석벽’ 비경 뽐내
우도에서 태어나 69년을 살아온 김 이사장에 따르면 우도에 들어오는 관광객은 연 200만명에 달한다. 우도에는 1개 면 4개 리에 1,700여명이 살고 있으니 어림잡아 주민의 1,000배가 넘는 구경꾼들이 몰려드는 셈이다.
면적 6.18㎢, 어림잡아 여의도광장의 3배 정도인 우도는 한반도로 오는 거의 모든 태풍의 길목에서 꿋꿋이 비바람을 버텨온 작은 섬이다. 그래도 우도 사람들은 태풍에 익숙해져 피해는 거의 입지 않는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면 승격 이후 관광업이 발달하기 시작했지만 그 이전에는 농수산업이 전체 산업의 80%를 차지했다”며 “옛날에는 연료가 부족해 제주로 땔감을 하러 나가거나 풀뿌리를 캐서 흙을 털어 땔감으로 쓸 정도로 생활이 고단했다”고 전했다.
우도에 들어서면 포구에 선 입간판이 우도8경을 자랑한다. 하지만 우도8경 중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은 세 곳뿐이고 나머지 다섯 곳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 더 잘 보이는 곳들이다. 그나마 풍랑이 심한 날은 도보로 돌아볼 수밖에 없는데, 섬 둘레 17㎞를 도보로 일주하는 데 세 시간은 잡아야 한다. 김 이사장은 “우도를 일주하면 올레길 1-1코스는 자동으로 섭렵하게 된다”며 “코스 번호가 1-1인 까닭은 동쪽 끝에서 시작한 올레길 1코스가 본섬에 있고 부속도서인 우도는 1-1코스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청정의 ‘쉼’
‘홍조단괴 해빈’ 신비로움에 탄성
‘우도봉’선 가장 아름다운 해돋이
우도에서 가장 먼저 가볼 곳은 선착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한반도 여’다. ‘여’는 암반이라는 뜻인데 ‘한반도 여’는 약 200만 년 전인 신생대 4기 홍적세에 화산활동으로 바닷속에서 솟아난 용암이 굳은 현무암반이다. 한반도 모습은 썰물 때만 드러나기 때문에 물때를 잘 맞춰 와야 볼 수 있다.
우도에 들어와 일주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돌담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우도의 돌담은 제주 돌담과는 다르다. 제주의 돌담은 집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담장인 데 반해 우도의 돌담은 섬 둘레를 따라 쌓아놓은 것이다. 그런 이유에선지 이름도 ‘환해장성(環海長城)’이다. 환해장성은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돼 있는데 섬 주위를 둘러친 것에서 알 수 있듯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 축조한 것이다.
☞ 거룩한 ‘삶’
태풍의 길목, 꿋꿋이 견디며 생활
섬 두른 돌담은 왜구 침략 막아내
환해장성을 따라 섬 주위를 돌다 보면 천연기념물 438호인 우도8경 ‘서빈백사(西濱白沙)’를 만나게 된다. 서빈백사는 세계 3대 홍조단괴(紅藻團塊·홍조류의 생체 내 탄산칼슘이 굳어져 돌처럼 된 것) 해빈(해안선을 따라 평행하게 발달한 모래밭)으로 우도 서쪽 바닷가에서 광합성으로 생장하는 홍조단괴가 해변으로 밀려와 형성된 것이다. 홍조단괴 해빈은 전 세계를 통틀어 미국 플로리다, 바하마, 우도 세 곳뿐이다. 서빈백사를 소개하는 입간판은 “서빈백사의 홍조단괴 해빈은 햇빛이 강한 날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고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우러져 감탄이 절로 나온다”고 설명해놓았다. 기자가 비바람이 치는 날 우도를 찾아 그 아름다운 풍경을 못 볼 것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여정의 끝에 우도6경인 후해석벽(後海石壁)에 들렀다. 신생대 4기 화산활동으로 바다에서 용암이 솟아 우도가 탄생하면서 생성된 기암절벽이 장쾌한 풍광을 자랑한다. 우도에서 해돋이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언덕을 따라 정상으로 올라가면 근해를 지나가는 뱃길을 알려주는 등대가 두 개 있다. 높은 곳에 있는 것은 지금도 작동하는 신식 등대이며 아래쪽에 있는 퇴역한 옛 등대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자세한 내용은 제주관광공사 비짓제주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글·사진(우도)=우현석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