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중단된 경기부양책…파월은 왜 미국 경제의 ‘비극’을 얘기했나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트럼프, 대선 전까지 부양책 협상 중단

연준은 추가 부양책에 갈수록 절실해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퇴원한 직후 백악관에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EPA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퇴원한 직후 백악관에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과의 추가 경기부양책 협상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소식에 상승세를 보이던 증시도 급락했는데요. 다우지수가 1.34% 하락 마감한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1.40%, 나스닥 -1.57%를 기록했습니다. 다우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트윗 직후에 500포인트가량 빠졌습니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에도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에 제한적 하락을 보여 줬던 시장입니다. 하지만 이제 추가 부양책은 최소한 대선 이전까지는 없을 전망입니다. 미국 경제 괜찮을까요?


파월, "정부 지원 너무 적게 하는 게 문제"
파월 의장은 6일(현지시간) 전미실물경제협회 연설에서 미국의 경제 회복이 강하지만 불완전하다고 밝혔는데요. 여기까지는 늘 하던 말과 비슷하죠.

그런데 이날 파월 의장은 몇 가지 말을 더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중단 트윗보다는 먼저 한 얘기지만 같은 날 나온 발언이라 더 주목을 받는데요. 그는 “정부 지원이 너무 적으면 회복이 약해져 불필요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정부의 정책 행동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고 입증되더라도 이것이 의미 없는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너무 적게 하는 것이 문제지 너무 많은 것은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죠. 추가 경기부양책이 절실하다는 말입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비극’이라는 단어를 쓰면서까지 추가 부양책의 중요성을 얘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외면했다. 지금의 고용과 회복속도가 느려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 추가 지원책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기회복은 한참 느려질 것이라는 게 연준의 판단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비극’이라는 단어를 쓰면서까지 추가 부양책의 중요성을 얘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외면했다. 지금의 고용과 회복속도가 느려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 추가 지원책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기회복은 한참 느려질 것이라는 게 연준의 판단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두 가지 위험을 제시했는데요. 우선 셧다운 이후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빠른 회복세는 약한 서비스업 분야 수요 탓에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어 이 같은 회복속도 둔화가 전형적인 불황을 촉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는 미국 경제에 비극이 될 것이라는 게 파월 의장의 말입니다. 특히 평소에 쓰지 않던 ‘비극(tragic)’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급한 파월...체감실업률 11% 안팎
회계법인 그랜트 손턴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의 말을 두고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절실함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는데요. 연준의 고민을 정확히 짚은 대목입니다.

실제 탄약이 충분하다는 연준의 말과 달리 파월 의장과 연준은 계속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연준은 일단 마이너스 금리를 하지 않기로 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갖고 있는 금리상한제 카드의 경우 효율성 논란이 있는데다 이를 쓰게 되면 다음에 뭘 쓸지가 고민입니다.

문제는 고용시장입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실질 실업률이 11% 주변에 있다고 했습니다. 9월 미국 실업률은 7.9%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거나 파트타임 근로자까지 포함한 광의의 실업률(U6)이 12.8%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9월 고용지표를 두고 “열기가 식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미국은 소비가 핵심인 나라입니다.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죠. 고용이 줄면 소비가 급감하고 경제는 무너지게 됩니다. 파월 의장의 고민이 깊은 이유입니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지는 것도 불안요인입니다. 지난 8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671억달러(약 77조9,367억원)로 8월 수치로는 2006년 이후 최악입니다. 최근 전반적인 무역량 회복에도 미국은 무역적자가 되레 커지고 있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경기부양책 논의 중단은 취약 가계와 고용시장, 중소기업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왜?..."경제, 2조달러 없이도 가능"
여기에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모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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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습니다. 경기회복세를 보는데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최소한 추가 부양책이 경기회복을 위한 보험이 된다는 데는 많은 이들이 동의합니다.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를 느끼는 파월 의장은 재정정책이 절실하다고 하는 것이고요.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민주당안(2조2,000억달러)과 차이가 크기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1조6,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제시했죠. 다만 그는 이 돈이 민주당 주에 흘러 들어가 바이든 표로 이어지는 것을 더 경계합니다. 민주당과 각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죠.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브룩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아마도 추가로 돈을 쓰는 게 트럼프에게는 중요한 일이 아닐 것”이라며 “그는 경제가 2조달러 상당의 추가 지출 없이 버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추가 부양책은 경기하강 위험을 제거했을 것”이라며 “그것은 확실한 보험”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그는 추가 부양책이 없다고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긴 합니다. 월가에서는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당이 부양책을 일괄타결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는 분석도 흘러나옵니다.

선거 후에는? 민주당도 싹쓸이 아니면 대규모 부양책 쉽지 않아
재정지원책은 속도가 생명입니다. 적기에 빠른 지원이 이뤄져야 가계와 기업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갈수록 이것이 어려워지는 모습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대로 다음달 3일 대선 전까지는 추가 논의가 어렵고(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특성상 100%는 아닙니다) 대선 직후에도 곧바로 논의가 이뤄질 확률도 적습니다. 양당 모두 내부 정리가 필요하겠죠.

더 큰 문제는 대선 결과가 다음달 3일에 바로 나오느냐입니다. 이미 우편투표로 인해 최종 개표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순순히 승복할지도 문제입니다. 대선결과를 두고 법적 다툼으로 가게 되면 그 기간 동안은 부양책 논의 역시 쉽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이 11월3일 선거에서 싹쓸이를 할 수 있느냐는 향후 민주당 주도의 대규모 부양책 시행 여부를  가를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이 11월3일 선거에서 싹쓸이를 할 수 있느냐는 향후 민주당 주도의 대규모 부양책 시행 여부를 가를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정당 입장에서 죽고 사느냐를 다루는 상황에서 부양책의 우선 순위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리스크를 다루는 금융종사자들은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연준도 대선 결과가 11월3일 이후 바로 결정되지 않고 질질 끄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실제 연준도 지금의 경제 상황과 선거 뒤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하면 최대한 빨리 경기부양책이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파월 의장이 비극이라는 말을 써가면서까지 다급함을 드러낸 이유기도 하겠지요.

추가로 고려할 게 있습니다. 상원입니다. 대통령 선거 외에도 상원을 공화당이 가져가면 대규모 부양책은 의회 논의과정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바마 정부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신이 당선되면 취임 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상원이 중요합니다. 대통령과 상원을 민주당이 모두 싹쓸이 하지 않으면 공화당과 타협을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공화당 내부에서 일고 있는 재정 보수주의를 감안하면 대대적인 지출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시아 투자전략가 30명 중 12명, 바이든 당선
흥미로운 얘깃거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미 경제방송 CNBC가 아시아 지역 전략가 30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을 한 결과 이중 12명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를 점쳤고 7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예측했다고 합니다. 11명은 선거가 경합으로 간다고 봤는데요.

투자전략도 참고할 만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30명 가운데 19명은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는데요. 30명 중 10명은 기술주처럼 비싼 주식에서 벗어나 여행과 관광, 은행 등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고 합니다. 쌀 때 사두라는 얘기로 들립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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