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광장과 일대 도로가 ‘경찰 차벽’과 펜스, 경찰병력의 검문검색으로 꽉 막혔다. 지난 3일 개천절에 이어 한글날인 9일에도 경찰 차벽이 재등장했다. 집회금지 통고에도 일부 보수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 등의 방식으로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경찰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광화문 인근을 사실상 전면 통제했다. 8·15비상대책위원회 등은 집회 개최가 불발되자 곳곳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방역을 위한 경찰의 조치를 이해한다”면서도 “정권을 비판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막는 과도한 ‘정치방역’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7시께부터 광화문 일대 도로변에 경찰 차벽을 설치했다. 차벽이 광장까지 에워쌌던 개천절보다는 축소된 규모였지만 도로변을 수많은 버스가 가득 메운 것은 여전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8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불법집회 시도가 계속되고 감염병 위험 확산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차벽 설치 강행을 시사했다.
차벽 규모는 축소됐지만 광화문 광장 주변 인도 진입은 엄격히 제한됐다. 경찰은 곳곳에 펜스를 설치해놓고 광화문으로 향하는 시민에게 “바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안내했다. 광화문역과 시청역에서 광화문광장으로 나가는 방향의 지하철역 출입구도 차단됐다. 다만 이날은 개천절과 달리 광화문 인근 지하철역(광화문역·경복궁역·종각역 등)의 열차 무정차 통과는 없었다. 일대의 차량통행도 비교적 자유롭게 이뤄졌다.
행인과 차량을 상대로 한 검문검색도 실시됐다. 경찰은 이날 시내 진입로에 검문소 57곳을 설치하고 도로를 지나는 차량을 유심히 관찰했다. 관광버스 등을 중심으로 한 검문도 진행했다. 광화문 인근을 방문한 시민들은 경찰들에게 목적지를 이야기한 경우에만 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회사로 간다는 시민에게는 사원증 등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찰은 통행 제지를 위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종로~율곡로 구간에 셔틀버스 4대를 배치, 운영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도심에 신고된 집회 1,220건 중 139건에 금지 통고를 내렸다. 8·15비대위 등 일부 단체는 이 같은 처분에 반발해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전날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