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模寫)’란 타인의 작품을 재현한다는 뜻이다. 미술이 상품으로서 가치가 높아지고 복제품과 위작의 유통이 늘어나면서는 모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 그러나 전통 미술에서 모사는 옛사람의 그림 양식과 화법을 익히는 일종의 학습방법이었다. 조선왕실에서는 왕의 초상화인 어진(御眞)을 깨끗이 보전하기 위해 모사를 거듭했고, 궁중의 중요한 행사를 그림으로 기록할 때도 여러 벌 제작해 많은 사람이 함께 보곤 했다.
오늘날 문화재 분야에서도 모사의 전통은 계속된다. 오랜 세월 외부의 공기와 접촉해 훼손이 불가피한 벽화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돈황 벽화와 일본의 호류지 금당 벽화도 모사를 통해 손실된 작품을 보존하고 복원할 수 있었다. 무덤 속에 그려진 고분벽화를 조사할 때 모사도 제작은 빠져서는 안 되는 공정이다. 벽화 모사는 원화의 상태를 기록하는 데 있어서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옮길 수 있다.
1912년 강서고분의 발굴 책임자였던 세키노 다다시는 “모사도는 벽화의 내용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준다”고 말했다. 그의 지시로 제작된 모사도들을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데, 한 세기가 흘렀어도 여전히 생생하게 백여 년 전 벽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85년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대구대학교 박물관이 공동조사한 영주 순흥 벽화고분도 모사도를 제작했는데, 오는 11월 20일까지 열리는 대구대 중앙박물관의 특별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나날이 훼손돼 가는 벽화의 상태를 기록한 모사도는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수 있는 좋은 자료다. 비록 원작이 아닐지라도, 문화재 원형을 간직한 기록물로서도 모사도의 가치는 크다. 궁궐이나 사찰의 벽화도 원본을 보존하기 위한 대책으로 모사도가 자리를 대신하는 경우가 있다. 모사도의 활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박윤희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