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마트 계산대 면피용 의자만 달랑…국회·노조 손 놓은 '앉을 권리'

"앉으면 계산 못해" 서서 일하는 일부 마트들

20대 국회 '앉을 권리법'은 임기만료로 폐기

노조도 시급 현안에 치중..사실상 방치 상태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계산을 빨리빨리 해야 하는데 계산대 높이 때문에 앉을 수가 없어요.”(마트 직원 A씨)

대형마트 등 판매 서비스직 노동자들의 요구로 ‘앉을 권리’에 대한 해당 안전보건규칙이 만들어진 지 9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마트의 계산대 구조 등이 앉아서는 일을 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는 물론 노조조차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11일 현재 서울 일대 일부 대형 마트 계산대에서는 마트 직원들이 장시간 동안 많은 물건을 계산해야 하지만, 제대로 앉지 못하고 서서 일을 하고 있다. 앉아서는 업무가 불가능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마트에서 계산 업무를 맡고있는 직원 A씨도 그 중 하나다. A씨는 “카트가 등 뒤로 지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앉아서 일을 할 수 없다”며 “앉아서 일을 하면 줄이 길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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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다른 대형 마트에서는 계산대 직원들이 모두 앉아서 업무를 본다. 서서 업무를 보는 경우는 장시간 앉아 있어 피로가 누적되거나, 손님이 몰려 줄이 길어질 경우 몸을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경우 등으로 한정된다. 마트 직원 B씨는 “의자가 비치되면서 이전보다 일하기 정말 많이 편해졌다”며 “앉아 있어도 계산 업무를 보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마트의 의자 높이는 서 있을 때 키와 앉은키가 큰 차이가 없도록 설계돼 있다.

2011년 만들어진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 제80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해당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 그러나 강제 조항은 아니다. 앉아서 업무 보기 불편한 업무 환경 탓에 일부 마트에서는 의자가 ‘장식품’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난 20대 국회 원유철 전 의원이 2018년 10월 앉을 권리를 강제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후 관련 법안은 검경수사권 조정, 선거법 개정안 논란 등 주요 현안에 밀렸고, 올해 5월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노조 역시 유통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발생하는 구조조정 문제나, 최근 이슈화 된 상자 손잡이 문제 등으로 크게 신경쓰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관계자는 “개선을 요구해 나가고 있지만, 최근에 더 시급한 문제가 있어서 대대적인 조사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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