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 등을 대행업체에 맡길 때 차 주인은 차 키를 주고받아야 하는 불편과 차량 파손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서비스 이용을 주저하게 되지요. 차 주인 한번 보지 않고도 모든 차량관리를 마칠 수 있는 대행 서비스로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차량관리 스타트업 카버샵의 장병후(36·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무인 스마트박스를 이용한 비대면 서비스로 차량관리를 맡기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카버샵은 사물인터넷(IoT) 기반 무인보관함 ‘카버샵 게이트’를 개발해 현재 서울 오피스빌딩 20곳에 설치했다. 차 주인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서비스를 선택한 후 보관함에 차 키를 넣어두면 카버샵 차량 돌봄직원인 ‘카시터’가 일회용 비밀번호로 차 키를 찾아 운전과 서비스를 마친 후 차 키를 다시 보관함에 돌려놓는 방식이다. 장 대표가 무인택배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한 카버샵 게이트는 지난 2018년 국내에 특허등록됐다. 그는 “다른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보통 차 키를 두 번씩 주고받아야 하는 것과 달리 카버샵은 모든 차량관리 대행이 비대면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후 현재 회원은 1,500여명, 누적 서비스 횟수는 3,000건에 이른다. 무인보관함이 서울 강남 아셈타워, 코엑스 주차장, 중구 우리은행 본점, 영등포 영시티 등 특정 오피스빌딩에만 설치된 탓에 사실상 해당 건물 주재 차주들만 이용이 가
능한데 이들의 서비스 재이용률은 70%에 육박한다.
장 대표는 “세차를 맡기는 경우 대행업체 직원을 만나지 않고도 자신이 직접 세차장을 방문했을 때와 같은 깨끗한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는 편의성에 만족하는 것”이라며 “카시터가 서비스 과정의 차량 사진을 찍어 올리고 앱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점도 차량 파손 등 불안감을 줄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연내 무인보관함 설치장소를 30곳으로 늘리고 월 서비스 건수도 기존보다 5배 이상 끌어올릴 예정이다. 그는 “지금은 세차·정기검사·주유만 가능하지만 정비 대행도 연내 시작할 것”이라며 “국내 차량관리 시장은 온라인 전환율이 낮기 때문에 이에 따른 서비스 정보 불균형이 분명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세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장 대표는 삼성엔지니어링에서 7년 동안 근무했다. 직장 다닐 때 주말에 짬을 내 방문한 세차장이 예약자로 가득 차 대기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낀 장 대표는 차량관리 대행 시장 가능성에 확신을 갖고 2017년 퇴사한 후 창업했다.
중장기적으로 ‘배달의민족’과 ‘넷플릭스’를 합한 서비스를 지향한다고 밝힌 그는 “차량관리도 넷플릭스의 구독 형태처럼 정기적으로 맡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매월 세차와 경정비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내년 하반기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량관리를 편하게 받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