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막사발은 일본으로 건너가 ‘이도다완(井戶茶碗)’이라 불리게 된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이 정착해 만든 막사발을 찻사발 용도로 다도에서 사용하면서부터다. 이도다완은 15세기 청자에서 16세기 백자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찻잔이다. 시루에 쪄낸 찻잎을 맷돌로 곱게 갈아낸 말차(抹茶) 문화가 일본 다도의 한 축을 차지하면서 전용 찻사발이 필요하게 됐는데, 중국의 화려하고 인위적인 다완보다 소박하지만 자연미를 머금은 조선 찻사발이 일본의 미감에 더 잘 들어맞았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당시 조선 도공들을 대거 납치했고, 일각에서는 임진왜란을 다완 때문에 벌어진 ‘도자기 전쟁’으로 부르기도 한다. 조선의 16세기 민가에서 사용되던 그릇은 ‘이도다완’이라는 이름으로 국보로 지정돼 있다.
이 같은 우리 문화재 이도다완이 마치 일본 것인 양 일본 에도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표기돼 해외 미술관에 전시 중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경기 파주시을)은 12일 문화재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미국 미시간대학교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우리 문화재 ‘이도다완’은 일본 에도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표기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국외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에서 전시되고 있는 우리 문화재의 제작국가, 문화재명, 문화재 제작 시기 등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뿐 아니다. 박 의원 측은 “네덜란드 국립민속학박물관이 소장한 우리 문화재 다수는 일본 문화재로 표기돼 있다”면서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통일신라시대 ‘붉은간토기’는 터무니없게도 기원전 4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박 의원은 “이를 조사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정원 31명 중 현원이 25명 밖에 안되며, 특히 사업부서는 12명에 불과해 해외 문화재 표기 오류에 대한 시정작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박정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유관기관 자료를 바탕으로 추산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리대상의 국외소재 동산 문화재는 21개국 총 610개처 약 19만3,136점이며, 국외소재 부동산 문화재는 18개국 1,200여 개소로 추정된다. 반면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내 사업부서에서 현황조사 업무 담당자는 1명 뿐이며, 실태조사 담당자는 이 현황조사 업무 담당자를 포함해 총 4명인 실정이다. 우리 문화재가 어디서 어떻게 팔려 다니는지를 추적해야 환수도 가능한데, 단 2명이 유통조사부터 중요문화재 매입까지의 업무를 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은 “국외 소재라는 특수성과 국외소재문화재의 수량 및 규모를 고려했을 때 12명의 인력으로는 원활한 업무수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다”며 “해외에 잘 못 소개되어 있는 우리 문화재 정보를 바로 잡는 등 재단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력충원과 예산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