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호주서 '차이나머니 스캔들' 터졌다...주 총리까지 연루 의혹

뉴사우스웨일즈(NSW)주의 글래디스 베르지클리언 총리./EPA연합뉴스뉴사우스웨일즈(NSW)주의 글래디스 베르지클리언 총리./EPA연합뉴스



호주 정치권에서 중국으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기 위해 정치 활동을 벌였다는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한 정치인이 뒷돈을 노리고 중국 부동산 업체를 알선했는데 여기에 호주에서 가장 큰 주의 총리가 연루돼있다는 의혹이다.

부패당국, 中 디벨로퍼-전직 의원 커넥션 조사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드니가 속해있는 뉴사우스웨일즈(NSW)주의 글래디스 베르지클리언 총리는 이날 자신의 지위를 활용해 중국과의 사업 거래로 금전적 이득을 취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한 정치인과 비밀리에 친밀한 개인적인 관계를 맺었다고 부패전담기구인 반부패독립위원회(ICAC)에 밝혔다. 외신들은 이번 스캔들이 호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의 총리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를 위한 활동을 벌인 전직 의원 대릴 맥과이어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소개했다. ICAC는 지난 3주 간 맥과이어가 중국 부동산 업체를 대신해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고 금전적 이득을 받으려 한 시도를 조사해왔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맥과이어는 현직 의원 시절 시드니 전역에서 대형 중국 부동산 디벨로퍼와 투자자들을 중개하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드니 공항 근처 부지를 팔도록 알선에 나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당시 공항 부지 매각이 성사됐다면 맥과이어는 69만달러(약 8억원)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적' 의원, 시진핑과의 인맥 과시...'친중' 행보
ICAC는 맥과이어가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과의 커넥션을 기반으로 이 같은 사업 거래를 벌여온 것으로 보고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맥과이어는 자신이 지고 있는 수십억원 규모의 빚을 갚기 위해 중국에 유리한 행위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릴 맥과이어./가디언 홈페이지 캡처대릴 맥과이어./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맥과이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인맥을 자랑하는 등 친중(親中) 행보를 여러 차례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 최대 식품 생산업체인 브라이트푸드(Bright Foods)의 호주 사업이 지연되자 회사 이사회에 “우리 정치 지도자들의 체면이 깎였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베르지클리언도 지난 2014년 시 주석의 호주 방문 당시 그를 만난 적이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주 총리까지 연루 의혹..."공항부지건 이득 취할 수 있는지 논의"
문제는 맥과이어의 이 같은 부정 행위에 베르지클리언이 연루돼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ICAC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두 사람이 여러 차례 통화한 내역을 확인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통화에 따르면 맥과이어는 공항 부지 거래를 통해 자신이 금전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지를 베르지클리언과 논의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 거래가 성사되면 자신의 부채 150만달러 중 절반 정도는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르지클리언은 부패 조사가 이뤄진 2019년 9월 이후에야 맥과이어와의 연락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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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은 베르지클리언이 맥과이어와 2015년부터 긴밀한 개인적 관계를 맺었다고 전했다. 베르지클리언은 “처음에 맥과이어는 15년 간의 나의 동료였다”면서 “내가 신뢰했던 사람이고 이는 긴밀한 개인적 관계로 발전했다”고 이날 밝혔다.

베르지클리언은 이 같은 연루 의혹에도 야당 측의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사람들이 나에게 영향을 주려 했을지는 모르지만 실패했다”며 잘못한 일이 없다는 이유로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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