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내년 개교 50주년을 맞는 가운데, 김정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와 임용택 기계공학과 교수가 교수들의 투표 끝에 총장 후보자로 선출됐다.
KAIST 교수협의회(회장 최원호)는 지난 6~12일 전체 회원 571명 중 451명(79%)이 참여한 가운데 ‘KAIST 100년을 생각하는 총장’ 선출 투표를 실시, 예비 후보 세 명 중 아깝게 탈락한 이혁모 신소재공학과 교수를 제외한 이들 2명을 총장 후보자로 추천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특히 김 교수는 1인을 선발하는 첫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54%) 지지를 얻어 1순위 후보로 선정돼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이어 1순위 당선자를 제외한 2순위 투표에서 임 교수가 67% 지지를 받았다.
김 교수는 KAIST가 작년 2학기 개설한 ‘인공지능(AI) 대학원’ 유치에 공을 세운데 이어 삼성전자산학협력센터장을 맡고 있는 등 국제 산학협력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그는 “젊고 역동적이고 활기찬 학교로 만들겠다”며 “30년 이상 장기 기초원천 연구를 장려하고 의료생명과 디지털 혁신기술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연구를 선도하겠다”고 어필했다. 김 교수는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 AI학과 설립, 융합교육 확대, 가상캠퍼스 구축, 학교 인프라 개선, 우수 인재와 예산 확보, 전문연구원(병역) 정원 확대, 세계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KAIST 문화 구축도 공약했다.
임 교수는 3년 임기의 한국기계연구원장을 역임하는 등 대학은 물론 정부 출연 연구원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그는 “KAIST가 지식창출, 혁신, 동기부여, 시장 창출의 요람이 돼야 한다”며 “재정 건전성 확보, 전문연구요원 제도 유지, 인사제도 개선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정부 출연금 비율 최소 40% 이상으로 현실화, 사회적 감수성을 갖춘 선도적 과학기술 인재 양성, 기초과학과 핵심 실용기술 발전을 위한 투트랙 연구 풍토조성, 국제경쟁력 강화도 공약했다.
이들은 총장후보발굴위원회(위원장 민경찬 연세대 교수)가 교내외 인사 중 총장 후보자로 추천할 10여명과 함께 총장후보선임위원회에 올라가 면접 등을 거치게 된다. 총장후보발굴위 추천이나 이사회 직접 신청자 중에는 ‘전 정권 과학계 인사 찍어내기’ 논란을 딛고 최근 배임·횡령 의혹을 훌훌 털어버린 신성철 현 총장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벤처·미래·바이오에 특화된 이광형 부총장도 마찬가지다. 김도연 총장후보발굴위원은 “오는 26일 마지막 회의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10여명정도 추천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했다. 김우식 전 과학기술부총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이사회에 올라갈 2~3명의 최종후보를 고르게 되는 총장후보선임위는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김이환 UST 총장·최원호 KAIST 교수협의회장·민경찬 연세대 교수·강상욱 과기정통부 미래인재국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는 후보자 중 한 명을 최종 선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승인을 요청해 통과되면 내년 3월1일부터 새 총장 임기가 시작된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앞으로 울산과학기술원·광주과학기술원·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 다른 과기원 총장 선출에도 KAIST와 같은 절차를 적용하기로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