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하면서 이른바 부의 대물림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현금부자들의 증여로 의심되는 고가 거래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30 세대가 정상적으로 서울서 집을 마련하려면 15년 간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하지만 금수저들은 이른 나이에 내 집 주인이 되고 있다.
< 금수저들의 부의 대물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감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8~2020년 6월 연령대별 실거래 현황(단독명의 기준)’에 따르면 2030 세대가 매수한 최고가 아파트는 30대가 매수한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전용 240.3㎡)로 무려 63억 원이었다. 이어 강남 ‘상지리츠빌카일룸2차(244㎡)’ 58억 5,000만원, 강남 삼성동 ‘상지리츠빌카일룸(237㎡)’ 53억3,000만원 등의 순이었고 거래자 모두 30대였다.
20대가 산 아파트 중 최고가는 강남구의 ‘아펠바움(241.8㎡)’으로 51억원이었다. 다음으로 용산의 한남더힐(49억원), 서초의 ‘반포주공 1단지’와 ‘반포자이’ 등이 매입가 4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미성년자인 10대가 거래한 아파트 중 최고가는 송파구의 ‘잠실엘스’였다. 17억 200만원에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매입했다.
다른 국감자료를 보면 2018년 이후 수도권에서 9억 원을 넘는 고가 주택을 매입한 미성년자는 14명에 이른다. 그 중 최연소 주택매입자는 태어난 지 4개월 된 2018년생(만 2세) 아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60만 건의 주택자금조달계획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수도권 지역에서 고가 주택을 산 미성년자 14명 중 5명이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의 전액 또는 상당 부분을 직계존·비속의 상속이나 증여 및 차입을 통해 마련했다. 이 4개월 배기 아이는 자신이 태어난 해인 지난 2018년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양 7차 아파트를 12억 4,500만원에 매입했는데, 이 금액의 78%인 9억 7,000만원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예금으로 지불했다. 나머지 금액인 2억 7,500만원은 보증금이었다. 부동산을 이용한 ‘부의 대물림’의 대표적인 사례다.
미성년자의 고가 주택 매입은 올해에도 이뤄졌다. 지난 9월 강남구 개포동의 ‘래미안포레스트’ 입주권 지분(10억 6,000만원)을 매입한 2003년생 A 씨는(만 17세) 매입 금액 모두를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증여받았다. 해당 금액을 한꺼번에 부모로부터 증여 받을 경우 증여세가 2억 4,832만원, 조부모로부터 받을 경우 3억 2,281만원에 달한다. 지난 8월에도 2001년생 C씨가 성동구 성수동 1가 동아아파트를 10억원에 매입했는데, 이 중 8억 1,800만원은 증여받은 돈으로 지불하고 나머지 금액은 직계존·비속 차입으로 충당했다.
<2030, 한 푼도 안 쓰고 15년 모아야 서울 내 집>
이런 가운데 흙수저들의 고충은 더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통계청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2016~2020년 가구주 연령대별 서울 아파트 PIR’ 자료에 따르면 39세 이하가 가구주인 2인 이상 도시 가구의 서울 평균가격 아파트 PIR은 지난 2017년 6월 11.0년에서 2019년 12월 기준 15.0년으로 4년 증가했다. ‘PIR(Price Income Ratio)’은 연 가구소득을 모두 주택 매입용으로 사용했을 때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2030세대 가구가 평균 가격의 서울 아파트(6월 기준 8억7,189만원)를 구입하기 위해 모든 소득을 모아야 하는 기간이 최소 4년 증가했다는 의미다.
다른 연령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같은 기간 40대 가구의 PIR은 10.2년에서 13.6년으로 3.4년 늘었고 50대 가구는 3.2년 증가했다. 60대 이상 가구까지 포함한 전체 PIR은 11.4년에서 15.2년으로 3.8년 늘었다. 전 세대에서 2030세대 가구의 증가폭이 가장 큰 것이다. 상대적으로 쌓아놓은 자산이 적고 사회초년생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2030세대 입장에서는 서울의 집값 상승 여파가 더 크게 미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