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을 통과한 총 67명 중 62명이 오버파를 친 코스에서 김효주(25·롯데)는 무려 9언더파를 쳤다. 지옥 코스를 완전정복하며 전관왕 기대를 높인 김효주가 또 다른 난코스에서 ‘도장 깨기’를 이어간다. 오는 29일부터 11월1일까지 나흘간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이 열릴 ‘세계 100대 코스’ 핀크스 골프클럽(파72)이다.
김효주는 18일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GC(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나흘 합계 9언더파 279타로 우승했다. 1언더파 2위 고진영을 8타 차로 따돌렸다. 6월 롯데칸타타 여자오픈 연장에서 김세영을 꺾고 4년 만에 우승하며 ‘골프천재’의 부활을 알렸던 그는 4개월 만의 투어 통산 12승째는 첫날부터 마지막까지 선두를 지켜 메이저대회 와이어투와이어로 장식했다. 6년 만의 이 대회 우승으로 상금 2억4,000만원을 챙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파가 주로 국내에 머무는 가운데 올 시즌 KLPGA 투어 여왕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소속 김효주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효주는 상금 4위에서 1위(약 6억5,600만원)에 올라섰고 다승 공동 1위(박현경)에도 올랐다. 2위 임희정과 0.33타 정도 차이의 1위였던 평균타수(69.17타) 부문에서도 0.52타 차로 멀찍이 달아났다. 대상(MVP) 포인트 또한 선두 최혜진과 불과 62점 차다. LPGA 투어 통산 3승의 김효주는 올 시즌은 국내 투어에 전념하다시피 하고 있다. 남은 4개 대회에 모두 출전한 뒤 미국으로 넘어가 2~3개 대회에 나설 계획이다.
김효주는 미국 진출 직전 시즌인 2014년에 전관왕에 오른 기록이 있다. 그중 대상은 레이크힐스 용인CC에서 열렸던 서울경제 클래식에서 확정했다. 허윤경과 연장 끝에 준우승하면서 2개 대회를 남기고 MVP 타이틀을 얻었다. 당시 찬바람과 어려운 핀 위치에도 18홀 모두 파를 적는 진기록을 쓴 뒤 연장 첫 홀에서 보기로 졌다.
서울경제 클래식 출전은 6년 만이다. 이 대회는 2017년부터 제주도 서귀포의 핀크스로 옮겨 치러지고 있다. 선수들은 “빠른 스피드 등 그린에서의 난도가 특히 높은 코스”라고 입을 모은다. 가늠하기 힘든 제주의 바람도 변수다. 올 시즌 첫 승을 제주에서 해내기는 했어도 핀크스는 김효주에게 아주 낯선 코스다.
마찬가지로 아주 낯선 코스인 블랙스톤을 가뿐하게 요리해낸 경험은 그래서 더 기대를 갖게 한다. 이번 주가 첫 경험인 블랙스톤에서 김효주는 첫날 공동 선두로 출발해 이틀째에 4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선 뒤 셋째 날에는 2위와 거리를 10타로 벌렸다. 이날 2·4번홀(파4) 보기로 2위 그룹과 6타 차까지 좁혀졌지만 6번홀(파4) 3m 버디로 달아났다. 후반 들어설 때 8타 차 선두였고 예약해둔 트로피를 큰 위기 없이 찾아갔다.
3언더파를 목표로 했던 마지막 날 버디 1개와 보기 4개로 3타를 잃기는 했지만 김효주는 2단은 기본인 굴곡 심한 그린을 이번 주 내내 차분하게 공략해냈다. 10타 차로 달아난 3라운드 퍼트 수는 단 27개였다. 지난 시즌부터 거의 2년을 쓴 ‘오웍스 투어 알볼’ 퍼터를 이번 주도 들고 나왔고 드라이버·아이언 등 클럽 스펙도 시즌 초와 똑같다. 퍼트 감과 체력에 자신 있다는 얘기다. 이제 핀크스의 유리판 그린을 상대해야 한다. 지난해 핀크스에서 두 자릿수 언더파로 마무리한 선수는 5명뿐이었다. 김효주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는 것으로 다음 대회를 준비하겠다”며 “2014년에는 똑바로 치는 스타일일 뿐이었는데 지금은 리커버리(만회)가 좋고 확실히 쇼트게임이 좋아진 것 같다. 전보다 공을 더 잘 다룬다”고도 밝혔다.
공동 7위에서 출발한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은 1타를 줄여 1언더파 2위에 올랐고 공동 2위로 출발한 디펜딩 챔피언 임희정은 4타를 잃어 2오버파 공동 7위로 마쳤다. 최혜진도 7위로 마감해 5개 대회 연속 톱10 진입을 이어갔다. 상금 1위였던 박현경은 8타를 잃어 10오버파 공동 25위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