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일하는 연구위원 A씨. 그는 연봉 8,350만원(2016년 기준)을 벌지만 지난 2017년부터 한 해 동안 금윰감독원 등 10개 기관에 연구용역을 받거나 회의에 참여해 7,829만원의 가외수익을 거뒀다. 그는 ‘대가를 받는 모든 외부강의, 회의 등은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연구원 내부규칙에도 불구하고 대외활동을 신고하지 않거나 축소 신고했다. 이같은 행각이 발각된 것은 2년 뒤인 2019년 10월 국무조정실 종합 감사 때였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자체적으로 징계를 내렸지만, ‘감봉 2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그쳤다.
#통일연구원 소속의 B부연구위원은 지난 2016년 10월 중앙대 의뢰를 받아 동북아 관련 공동연구를 수행, 472만원의 부수익을 얻었다. 신고하지 않은 그의 대외활동이 탄로난 것은 3년 후인 2019년 5월, 국무조정실 감사 때였다. B씨는 ‘주의’ 처분을 받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소관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경인사 및 출연연) 23곳에서 최근 5년 간 4,093건의 부적절 대외활동 및 겸직이 발생해 적발금액이 3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경인사 및 출연연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인사 및 산하 연구기관별 외부강의 등 대외활동 사전신고 누락 등 현황’에 따르면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916건으로 가장 많은 부적정 대외활동이 적발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463건, 한국교통연구원 439건, 한국교육개발원 307건, 한국법제연구원 286건 순이다.
또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2018년에 5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년에 13건의 부적정 대외활동 및 겸직활동을 적발하고도 여전히 사후조치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적정 대외활동 및 겸직의 79%가 국무조정실·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고 자진신고는 21%(872건)에 불과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 연구기관에서 대외활동으로 수익을 얻고도 숨기는 부정행위가 만연한 셈이다. 경인사 및 출연연은 직원 대외활동 규칙 및 청탁금지법에 따라 외부강의, 정책자문 등 대외활동을 할 때는 2~5일 이내에 신고하고, 필요한 신고서 제출 및 승인 절차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업무 관련 기업 및 산하기관을 통해 500만원 이상 고액의 정책자문료를 받은 금액은 총 2억9,000만원에 달했다. 청탁금지법 제10조에 따라 강의료, 원고료, 출연료 등 대외활동의 사례금 상한액을 초과하여 받을 수 없고, 초과할 경우 신고 후 제공자에게 즉시 반환해야 한다.
특히 대외활동을 출장으로 처리해 여비를 수령하거나 사적이해관계자를 통해 대외활동을 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수익을 챙기는 행위가 적발되어 부적정 대외활동 및 겸직에 대한 관리·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송재호 의원은“공정과 정의의 가치에 앞장서야 할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부적정 대외활동 및 겸직으로 연구의 질과 공정성을 뒤로해서는 안 된다. 사적이해관계자에 의한 계약 등 부정한 활동이 있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