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음식·약물·곤충 독 등에 노출된 뒤 몇 분~몇 시간 안에 전신적으로 일어나는 급격한 알레르기 반응(항원·항체 면역반응)이다. 심한 경우 호흡곤란(저산소증), 저혈압, 의식 소실 등이 발생한다. 중증인 경우 에피네프린 근육주사 등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16개 대형 병원 등에서 지난 2016년 1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26개월 동안 아나필락시스 증상으로 진료받은 생후 2개월~84세 환자 558명(남자 55%, 여자 45%)을 분석한 질병관리본부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72%가 원인물질 노출 후 30분 안에(10분 이내 41%, 10~30분 31%) 증상이 나타났다.
90% 이상은 두드러기·혈관부종 등 피부 증상이 나타났고 83%는 호흡기(호흡곤란·기침·콧물 등), 49%는 위장관계(구토·복통 등), 30%는 신경계(어지러움·마비 등), 28%는 심혈관계(저혈압·창백·흉통 등) 증상이 그 뒤를 이었다. 성인은 소아·청소년에 비해 심혈관계·신경계 증상의 비중이 컸다. 호흡곤란, 저혈압, 의식 소실 등 심한 신경계 증상 중 1개 이상이 발생한 ‘중증 아나필락시스’는 23.5%(성인 38%, 소아·청소년 14%)에서 나타났다. 연령이 높을수록 중증 비중이 커졌다.
이 연구는 아주대병원의 이수영·정경욱(소아청소년과), 예영민(알레르기내과) 교수팀이 수행했는데 아나필락시스 증상자의 60%(335명)가 만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이었다. 이 중 22%, 성인 증상자 223명 중 17%는 과거 아나필락시스 경험자였다. 소아·청소년의 76%, 성인의 32%는 알레르기 질환 가족력이 있었다.
아낙팔락시스 유발인자는 식품(62%), 약물(28%), 해충(3%) 등이었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3%가량 됐다. 소아·청소년에서는 식품(85%)과 약물(7%)이, 성인에서는 약물(58%)과 음식(28%)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아나필락시스의 주요 원인 식품은 소아·청소년에서는 계란·우유·호두·밀·땅콩, 성인에서는 새우·밀·게·대두·땅콩 순이었다. 주요 약물은 소아·청소년의 경우 해열진통제(이부프로펜·덱시부프로펜 등)가 54%, 항생제(아목시실린 등)가 17%를 차지했다. 성인에서는 항생제(세파클러·아목시실린 등)가 50%를 차지했고 해열진통제(아세클로페낙·록소프로펜 등), 위산분비억제제(라니티딘 등 히스타민수용체 길항제), 방사선조영제 순이었다.
대부분의 아나필락시스 증상자는 하나 이상의 질환을 앓고 있었다. 소아·청소년의 동반 질환은 음식 알레르기가 61%로 가장 많았고 아토피 피부염(48%), 알레르기 비염(29%), 천식(11%), 약물 알레르기(5%), 만성 두드러기(4%)가 뒤를 이었다. 성인은 알레르기 비염(28%), 음식 알레르기(18%), 고혈압(15%), 약물 알레르기(11%), 당뇨병(6%), 천식(5%), 아토피 피부염(4%), 심혈관 질환(3%), 만성 두드러기(2%) 순이었다.
아나필락시스 증상자 가운데 351명이 응급실을 찾았는데 이 중 64%가 에피네프린을 투여받았다. 에피네프린은 혈관 수축, 심장 자극, 기관지 확장 작용으로 아나필락시스 급성기 치료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투여 권고되며 이번 연구에서 에피네프린 투여율은 북미·유럽 등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았다.
한편 우리 몸에서 알레르기 유발물질(알레르겐)을 인식해 면역반응이 일어나면 우리 몸은 이 알레르겐에 대한 항체인 면역글로불린E(IgE)를 만든다. 소량의 이 알레르겐이 다시 우리 몸속에 들어오면 염증세포 표면에 붙어 있던 IgE와 결합하면서 몇 분~몇 시간 안에 다양한 염증매개물질이 분비돼 아나필락시스 증상 등이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