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심 재판 과정을 통해 재구성된 내용으로,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밝힙니다.
자동차 운전에서 100% 리스크를 피할 방법은 없다. 내가 방어운전을 철저히 해도 상대방이 잘못하면 사고를 모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으로 자동차 보험을 의무화한 것도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라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법망을 피해 도로 위를 달리는 무보험 자동차들은 존재한다. 의무보험 가입이 안된 차량은 도로 위의 ‘흉기’가 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배상받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자동차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A씨는 지난 6월 저녁 승용차를 운전해 서울 동작구 시흥대로를 지나다 자동차 사고를 냈다. 자신의 운전 실력을 믿고 전방 주시를 제대로 안 하다가 정차해 있던 앞 차량을 들이받은 것이다. 순간의 실수는 2중 추돌로 이어졌고 두 차량의 피해액만 650만 원이 넘었다.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부상을 입은 것을 고려하면 A씨가 낸 사고의 손실액은 더 커진다.
문제는 A씨가 무보험 차량을 운전했다는 것이다. A씨는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차량에 자동차 의무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그는 2중 추돌로 인한 피해액을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사고 후 그가 피해자들에 배상한 금액은 단돈 ‘20만 원’에 그쳤다. 보험을 들었다면 보험회사에서 배상을 했겠지만 경제사정이 궁한 A씨 입장에서는 마련할 수 있는 돈이 매우 적었던 것이다. 결국 합의로 마무리 될 수 있었던 사고는 형사사고로 비화됐다. 검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도로교통법위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A씨의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피해자가 다수고 피해회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라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사고 이전에도 무보험 자동차로 운행을 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전력이 있는 A씨이지만 업무상 과실이 중하지 않고 경제사정이 어렵다는 점을 선처한 것이다. 다만 피해를 배상받을 길이 없는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는 판결이다.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의무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는 자동차는 도로에서 운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사고는 피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만약 사고가 났다면 보험으로 피해를 보상해야 경제적 손실과 소중한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음주운전을 중하게 처벌하도록 한 윤창호법과 함께 도로 위의 흉기를 막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대해서도 운전자들은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