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을 당해 저항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혀를 깨물어 잘려나가게 한 여성의 행동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경찰의 판단이 나왔다. 경찰은 이를 ‘정당방위’를 넘어선 ‘과잉방위’라고는 하지만 면책되는 행위로 봤다. 이 같은 판단은 성범죄에 대한 여성의 방위 범위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지난 7월 발생한 ‘황령산 혀 절단사건’을 수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은 부산 남구 황령산 인근에 주차된 차량 내에서 남성 A씨가 성추행하자 여성 B씨가 A씨의 혀를 깨물어 잘려나가게 한 사건이다.
피해 여성은 이를 강제추행에 대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고, 남성 A씨는 합의에 의한 행위였고 강제추행이 아니라며 되레 여성을 중상해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수사한 결과 해당 사건이 A씨의 강제추행으로 결론 내렸고, 이에 따라 여성의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경찰은 ‘혀 절단 사건’과 관련 정당방위 심사위원회를 열었고, 여성의 행위는 정당방위를 넘은 ‘과잉방위’이기는 하지만 형법 21조 3항에 따라 면책되는 행위로 판단했다. 형법 21조3항은 ‘방어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경우라고, 그 행위가 야간에 발생했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당황으로 발생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부산에서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70대 여성이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여성은 18세이던 1964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1.5㎝ 가량 잘려나가게 한 혐의(중상해죄)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여성은 당시 성폭행에 저항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부산지법은 남성에게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만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여성보다 가벼운 판결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