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자금에 취업 대가까지…'사기성 요구'
지난해 1월 중순 서울 종로구의 한 중국집. 그곳에서 A(60)씨는 B씨에게 더불어민주당 유력 의원의 명함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B씨에게 “이 의원과 정당 활동을 같이 해서 친분이 있는데, 이분이 곧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온다”며 “로비에 사용할 자금 500만원을 주면 그에게 부탁해 모 기업 회장으로부터 신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주문을 받아주겠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B씨로부터 500만원을 받아냈다.
A씨는 2015년 8월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도 C씨에게도 비슷한 제안을 했다. A씨는 “대출 알선을 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에서 약 30억원의 대출을 한 달 안에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접대를 위한 착수금을 달라”고 C씨에게 말했다. 이에 C씨는 A씨에게 50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사실 A씨는 B씨와 C씨에게 주문을 받아주거나 대출을 받게 해줄 의사도, 능력도 없었다. A씨가 두 사람에게 한 제안은 사기의 초석이었던 셈이다.
범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2016년 3월 초 국회에서 D씨를 만나 그에게 “국회정책연구위원이나 국영기업체 정부 산하기관에 취직시켜 주겠다”고 했다. 이어 “직책이 중간급 이상이니 3,600만원 정도는 줘야 한다. 돈이 필요하다”고 송금을 요구했다. 이에 D씨는 A씨에게 13차례에 걸쳐 총 438만원을 보냈다.
A씨는 같은 해 7월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E씨에게 “‘경제 재건의 날’ 행사에 돈이 필요하니 돈을 주면 행사 수입으로 돌려주겠다”고 제안해 20만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A씨가 D씨와 E씨에게 한 제안 역시 사기였다.
1심서 사기 혐의로 징역 6개월…"죄질 나빠"
이후 A씨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정에서 A씨 측은 로비 자금 요구, 대출 알선 제안 등 혐의를 부인하며 “피해자들을 속이지 않았고 편취하려던 의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최근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안 판사는 “이 사건은 정치권 등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장하면서 이를 기망 행위 수단으로 적극 이용해 돈을 편취한 사안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는 이미 실형 전과를 포함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기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며 “피해자들의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A씨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