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가 유력해지면서 그가 외교·안보 라인에 어떤 인물을 인선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에 누구를 기용하느냐에 따라 세계 질서 재편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한반도 정세가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도 바이든이 상원 외교위원장을 8년간 지낸 외교 전문가여서 그가 어떤 인선을 하느냐에 더 큰 관심이 모인다.
미국 정가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이든은 정치권 바깥 인물이나 이념적으로 경도된 인물 대신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의 도움에 정책을 의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교 분야에서는 중도 성향의 관료 출신이 선거 캠프에서부터 바이든에게 조언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첫 번째 국무장관으로 가장 유력하다고 거론되는 이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다. 블링컨은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지난 2000년대 초반 인연을 맺었다. 2009~2013년에는 바이든 당시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하반기인 2015~2017년 국무부 부장관을 맡았다. 하버드대 출신이다.
블링컨 전 부장관은 5월 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 후보의 취임 이후 외교정책 우선순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일 것이며 백신 개발, 경기 회복 등에서 국제공조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공조를 강조한 만큼 국무장관이 된다면 동맹을 비롯한 우방과의 관계 회복에 가장 먼저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은 중도 성향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대해 비교적 유화적인 바이든 당선인과는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대선국면에서 ‘트럼프 저격수’로 불리며 대선 과정에서 공을 세웠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바이든 후보가 부통령을 지냈던 오바마 행정부 출신 인사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되는 인물로 알려졌다. 스탠퍼드대 출신이며 유엔 주재 미국대사(2009~2013년)와 국가안보보좌관(2013~2017년)을 거쳤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일본과 가까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 중국 포위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강경하다.
바이든 후보가 부통령일 때 안보보좌관이었던 제이크 설리번의 이름도 나온다. 그는 예일대 출신으로 상원 외교위 총괄국장(2002~2008년)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부비서실장(2009~2011년) 등을 지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캠프에서 선임 외교 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그는 9월 한 세미나에서 “장기적으로는 북한 비핵화가 목적이나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핵확산을 감소시키는 데 외교적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동맹국들과의 긴밀한 협의하에 북한의 전반적인 핵 능력을 억제시키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중 한 사람이 국무장관이 된다면 남은 두 사람 중 한 명은 국가안보보좌관에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모두 미국 외교·안보 분야 투톱 중 어떤 자리든 맡을 수 있는 전문성과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블링컨 쪽은 국무장관이, 라이스와 설리번은 국가안보보좌관 쪽이 좀 더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관료 출신이 유력하지만 정치인 출신이 깜짝 기용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 그룹에서는 크리스 머피,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이 국무장관감으로 거론된다. 외교·안보팀의 또 다른 한 축인 국방장관으로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정책차관의 이름이 오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