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이 촉발한 매매시장 불안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지방과 광역시 아파트값은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비규제지역인 김포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주 1.94% 오른 데 이어 이번주 1.91% 상승하면서 2주 만에 무려 4% 가깝게 폭등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과 7월 ‘패닉바닝(공황구매)’ 진원지였던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이 10월을 기점으로 다시 반등하는 모습마저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한 관계자는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전세수요가 중저가 주택 매수로 돌아서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거래량 늘어난 경기도 아파트=12일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10월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은 1만5,369건을 기록, 8월(1만4,268건)과 9월(1만3,654건)을 뛰어넘으며 반등했다. 11월 거래량 또한 월초지만 1,405건이 등록됐다. 아직 등록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은 패닉바잉 열풍에 힘입어 6월 3만4,881건을 기록한 뒤 하락 곡선을 그렸다 10월 들어 다시 상승으로 돌아선 것이다.
10월 아파트 거래를 견인한 지역은 김포시였다. 김포의 거래량은 2,294건으로 6월(2,484건)의 뒤를 이어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김포시는 지난 6·17대책에서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규제지역 지정에서 벗어났다. 역시 비규제지역인 파주(980건)도 높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고양(1,238건), 의정부(669건), 양주(335건) 등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수도권 북부지역 또한 상당히 늘어난 거래량을 보였다. 남부에서는 역시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평택(739건)의 거래량 증가가 두드러졌다. 수원(1,188건), 용인(1,266건) 등의 지역도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량이 반등하는 모습이다.
지방 아파트값은 더 오르고 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인 삼익비치 전용면적 131.27㎡는 지난달 29일 20억9,000만원(5층)에 신고가로 매매됐다. 대구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임에도 지난주 0.69% 상승에 이어 이번주 1.11% 오르며 상승폭이 눈에 띄게 커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10일 국회에서 매매시장에 대해 “보합세 내지는 안정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 강남 4구만 수 주째 0.00%의 보합세를 이어갈 뿐 이곳을 제외한 다른 지역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 아파트 전세, 72주째 상승=전세대란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더욱 불안해지는 모습이다. 이번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27% 올라 전주 대비 0.04%포인트 올랐다. 서울은 0.12%에서 0.14%로 오름폭을 키워 72주 연속 상승을 이어갔다. 이번주 경기(0.24%→0.23%)는 전주 대비 상승률이 둔화했으나 인천(0.48%→0.61%)은 상승폭이 커졌다.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더 뛰면서 매매가와 전세가 격차가 수천만 원 수준까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갭투자 여건이 더 좋아진 것이다. 수원 영통구 ‘신나무실6단지’ 전용 84㎡의 경우 현재 전세 호가가 5억~5억1,000만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달 매매가(5억1,000만~5억 3,500만원)에 준하는 가격이다. 오산시 ‘원동푸르지오’ 전용 84㎡ 전세 호가는 현재 2억3,000만원에 달한다. 지난달 해당 평형은 2억2,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전세 호가가 매매가격까지 뛰어넘은 셈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서울 전셋값이면 김포·파주 등 경기도 외곽지역의 아파트를 사고도 남는다”며 “대출이 가능한 비규제지역이나 중저가 밀집지역에서 실수요자들이 주택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공급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며 “갭투자 수요 등으로 상승하던 과거와는 시장 양상이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권혁준·양지윤기자 awl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