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남권신공항으로 추진하던 ‘김해신공항안’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국무총리실이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진행한 지 1년8개월여 만이다. 이에 따라 지난 18년 동안 해당 지역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동남권신공항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검증위원회 발표와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은 ‘가덕신공항특별법’을 발의하기로 하는 등 속도전을 예고했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표 계산에만 몰두한 정치권이 대형 국책사업을 뿌리째 흔들고 지역 편가르기에 불을 지폈다는 거센 비판과 함께 이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된다.
김해신공항 검증위는 17일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은 사업 확정 당시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던 사항들이 확인됐고, 국제공항의 특성상 각종 환경의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이 제한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검증위는 특히 ‘공항 시설 확장을 위해서는 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제처 유권해석을 인용하며 김해신공항안에 절차적 흠결이 있다고 규정했다. 국토교통부가 활주로 신설을 위해 공항 인근의 산을 깎는 문제를 두고 부산시와 협의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은 결과적으로 법의 취지를 위배한 것”이라면서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검증위 발표 이후 민주당은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전제로 ‘가덕신공항특별법’을 발의해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겠다는 전략까지 세웠다. 여권은 검증위의 이날 발표를 명분으로 삼아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은 박근혜 정부가 실시한 동남권신공항 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은 바 있다”면서 “제대로 된 여러 대안에 대한 평가 없이 여당과 정부가 가덕도신공항을 강행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실제 박근혜 정부가 2016년에 실시한 동남권신공항 평가 결과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안은 580.6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다.